2019년 말부터 시작돼 2020년 들어 본격적으로 세계를 뒤덮었던 코로나19 사태가 이제 끝나가는 듯하다. 사람들이 조금씩 마스크를 벗고 외출하게 되면서 얼굴을 맞대고 식사하고, 음성이나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하지 않고도 조금씩 자유롭게 세계를 오갈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언제 누가 코로나에 감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우리가 어떤 답을 찾았는지도 확실치 않다.
일본 정부는 5월 8일부터 코로나19를 감염법상 ‘5류’로 분류해 계절성 독감 등과 동일하게 취급하기로 했다. 즉, 코로나를 기타 많은 감염병과 동일하게 보고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3월 13일부터 마스크 착용에 대해 ‘개인의 판단이 기본’이라는 방침을 정부가 발표하며 대중교통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 권장사항으로 변경되었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승차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고, 이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작년 4월부터 마스크 착용이나 좌석 등록 등 룰을 정해 전면적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해왔다. 3월 규제 완화 이후 지금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업하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현실적으로 밀폐된 공간이 되기 쉬운 강의실에서는 교원은 물론 대부분 학생들이 아직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제 곧 있으면 코로나가 ‘5류’로 분류되어 누구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교 캠퍼스를 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2년 한국에서 일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나는 코로나 이전의 일본 캠퍼스가 어땠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학창 시절 경험했듯이 캠퍼스 내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지금이 원래 대학 캠퍼스의 풍경일 것이라고 느낀다. 아직 마스크를 쓰는 학생이 많지만 활기가 돌아온 대학 캠퍼스는 반가울 뿐이다.
반면 지난 1년 동안 나는 일본 대학생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 반응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알고 있다거나 모르겠다는 반응이 없으니 수업하기 어렵다’는 등 한탄이 교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일본 학생들의 조용함과 무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그렇다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느라 듣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반응이 없어 강의실이 정적으로 뒤덮이니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개인적으로 느껴온 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고, 내가 소속된 대학 혹은 그 교실에서만 볼 수 있는 개별적인 사례일 수 있다. 다만 동료나 다른 대학의 교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내 수업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전국 규모 교육포럼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고, 일본의 많은 대학 교원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20년 입학생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입학생이라고 하면 지금 대학 4학년을 말하는 것이고, 내가 일본 대학에 부임했을 때 3학년이었던 학생들이다. 일본의 대학은 4월에 시작해 한국과는 한 달 차이가 나기에 2020년에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고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3월의 졸업식도,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4월의 대학 입학식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인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대학에 들어간 2020년은 정부에서도 그랬듯이 대학 당국도 교원들도 코로나19 사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망설이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한 한 해였다. 2020년 입학생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도 모른 채 당혹감 속에서 2년간 대학생활을 해왔을 것이다. 전년에 입학한 학생들이라면 들어간 시점에 친구를 사귀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직접 만나기 어려워져도 어느 정도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혹은 2021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식이나 대학 입학식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대학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체제를 나름 갖추고 있었고 2학년이 되었을 때는 대면 수업이 재개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모색과 실천을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던 셈이다. 즉, 2020년 입학생은 코로나19 사태의 혼란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였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일본에 부임해서 처음 가르친 3학년 학생들 반응이 거의 없었던 것도 그들이 거기에 앉아 있는 상황 자체가 아마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꼬박 2년을 온라인상에서 강의에 참여하는 형태로만 대학생활을 해온 이들이 많은 학우와 함께 강의실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경험한 것이 지난해 4월 무렵이었으니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국 규모 교육포럼에서는 2020년 입학생 문제를 비롯해 일본 대학생을 둘러싼 ‘자율적인 배움의 결여’라는 문제의식이 공유되며 대학별 사례와 다양한 전문가의 분석과 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자율적인 배움이 결여된 것은 지금 국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일본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견해를 밝히는 전문가도 있었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요즘 참여형 학습의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수업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스스로 가지는 학습시간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학생들의 배우려는 자세가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20년 입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수동적이었던 학습 방식을 전환할 기회를 놓치고 고등학생 시절을 그대로 연장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2020년 입학생들은 수동적인 학습 방식이 대학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미처 하지 못한 채 대학 3학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수동적인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2020년 입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율적으로 배워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면서 정작 그 말을 따르라고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요구하면서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자기 책임’이라고 몰아가거나 지나치게 신중하며 문제 발생을 두려워하는 소극적 발상에 빠지기 쉬운 조직의 폐해 등이 학생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 교육은 어떨까.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한국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보다 적극적이고 눈빛에서 열의가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치열한 취업활동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 의식에만 근거한 것이라면 본래 대학 교육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국 대학은 대부분 상대평가 제도를 통해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친구와 성적 경쟁에 노출된다. 반면 일본 대학은 대부분 과목이 절대평가이기에 학생 전원이 A가 되는 경우도 있고, 전원이 C가 되는 경우도 있다. 즉,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하지 타인과 비교했을 때 어땠는지는 기본적으로 관계없는 평가 제도가 남아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온라인 학습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역시 대면이 아니면 불가능한 배움이 있다는 것 또한 재확인할 기회가 되었다. 자율적인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라는 형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취업을 위해 대학 성적이 큰 의미를 갖는 한국의 경우 애초에 대학이 자율적인 배움의 터일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학 교육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해결책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가타 요시히로(緒方義広) 주요 이력
▷후쿠오카대학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 ▷연세대 정치학박사 ▷전 홍익대 조교수 ▷전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