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이광만 이희준 정현미 부장판사)는 이날 납북 경찰공무원의 딸인 최모씨가 경문협에 대해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은 채권압류 추심 명령의 채무자인 북한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등을 이유로 사건을 기각한 바 있다”면서 “북한의 당사자 능력이나 저작권 사용료의 진정한 권리자가 누구인지 등을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의 채권 추심 명령에 대한 피고의 채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경찰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최씨의 부친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0년 9월 경남 합천군에서 북한군에 의해 강제 납북돼 실종됐다. 이후 최씨는 지난 2020년 12월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2021년 3월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경문협에 대한 손해배상액 추심도 함께 명령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심은 A씨의 추심금 청구를 기각했다. 북한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경문협이 북한에 대해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압류 추심명령도 무효라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에는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지난해 1월 경문협에 대한 추심금 소송에서는 패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심리를 진행한 재판부도 북한 정부의 당사자 능력 부정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북한정부에 대한 명백한 법률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음에도, 고령의 피해자들에 대한 실체적인 배상이 결국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남북관계 합의서는 北 당사자능력 인정...추심금 소송서도 인정돼야
이번 판결로 현재 재판 중인 또 다른 유사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배상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등과 관련해 특수한 경우에는 북한의 당사자 능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9월 사법정책연구원이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는 남북 간 합의서와 남북관계발전법을 근거로 북한을 비법인사단으로 보거나 일부 민사관계에서 사실상의 지방정부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시된 바 있다.
구충서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씨)는 “기존 남북 간 제반 합의에 따르면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북한 당국에 대해 임대차 계약 등이 가능하도록 했고 상사 분쟁에 중재절차를 규정한 합의에서도 중재에서 북한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한 상황이다. 추심금 청구 등에서만 북한의 당사자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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