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을 '퀀텀 점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최대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문가 평가는 냉정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두고 양국 간 견해차가 드러난 점을 꼬집었다.
정상회담 직후 우리 측이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자 미국 측이 "워싱턴 선언은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한·미 간 해석차가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중국·러시아 관계에서 풀어야 할 외교 방정식 난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유치 성과를 제외하고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s)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다수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국익을 위해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을 바탕으로 차질 없는 후속 조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 성과 '워싱턴 선언'···해결해야 할 '숙제' 남겼다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을 공식 발표한 이후 북한 측 반발이 더욱 거세진 점을 들면서 선언 자체만으로도 대북 억제를 강화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한·미 정상을 겨냥해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적일 수가 없고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자체 평가보다도 상대 평가가 중요하다"며 "북한 평가를 보면 김 부부장이 굉장히 자극적인 언어를 쓰면서 반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워싱턴 선언'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야당 측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며 "이게 아무 것도 아니라면 북한이 그 정도로 격한 반응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워싱턴 선언으로 외교안보 동맹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안보 분야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한·미 간에 확인됐다"며 "확장 억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음에도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이전과는 다르게 확실한 의지가 내포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확장 억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제도화가 높아지고 그만큼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중 외교에서 우리 정부가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한·미) 공동선언문을 읽어보면 중국이 민감해하는 부분들을 다 건드려놨다"고 했다.
장 소장은 "군사·안보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적으로 돌리고 반감 세력으로 돌려놨을 때 우리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나. 또 북한에 대한 해결해야 할 큰 숙제를 남겨둔 회담"이라며 "(워싱턴 선언 역시) 협의 수준을 확보하고 전략 자산을 상시 배치하는 정도지 실질적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 '빈손 회담'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중국 문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워싱턴 선언에는 미국이 앞으로 전쟁을 하는 데 한국 전력을 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쉽게 말해 대만 사태가 일어나면 주한미군만 빼는 게 아니라 우리 군 전력도 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워싱턴) 선언을 한 이유는 되돌릴 수 없는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향후 해법 마련에 기댄 IRA·반도체법
IRA과 반도체법 등 경제 분야 성과에 대해서는 향후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는 법안에 대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제일 먼저 IRA와 반도체법에 대한 성과를 냈어야 했다. 가서 할 생각도 안 하고 해 보려고 노력도 안 하고 떠날 때조차도 안 하려고 했다"며 "사이버 안보 동맹, 우주 동맹 등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장 소장은 "경제적으로 얻은 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미국으로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었다"며 "남아 있는 많은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당히 걱정이 된다. 뉴욕타임스(NYT)에서 평가한 '윤 대통령에게는 많은 설득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이번 방미에 대한 결정적 평가"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과제는 양국 정부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IRA와 반도체법에 대해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닌 일본과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도 있다"며 "한국만 예외로 하는 양자 간 조항을 만들기는 처음부터 어려웠지만 동료 국가 마인드를 갖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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