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혁신을 내세워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행법상 금산분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를 통해 선보이는 비금융 서비스에 따른 리스크가 은행에 전이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의 메타버스 진출과 금융․경쟁분야 고려사항’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나 게더타운에서 행사와 이벤트를 개최하는 수준에서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체 메타버스를 개발하거나 메타버스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직접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시나몬 시즌 2’을 선보인 게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는 은행의 메타버스 활용이 단순한 가상 지점을 넘어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되는 새 경제활동의 공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시나몬 시즌 2’는 금융과 건강, 예술(아트), 스포츠 영역으로 나눠 소비자가 금융서비스와 함께 비금융 서비스를 경험하게 했다.
금융위원회도 시중은행의 메타버스 활용을 돕기 위해 금산분리 제도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금산분리 제도 중 금융회사의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범위를 확대해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을 촉진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행 은행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부수업무의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타버스 은행에서 금융과 비금융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면 현행법을 어기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은행법은 부수업무를 ‘은행업무에 부수하는 업무’라고 규정한다. 현행법에는 부수업무의 구체적 기준 없이 '은행의 경영건전성을 해치거나 이용자 보호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 금융위가 제지하거나 시정명령을 할수 있다'고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보고서는 “부수업무가 어느 정도로 부수적인 업무여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며 “법률 차원에서 그 기준을 설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은행 업무의 안정성과 효율성 사이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은행의 메타버스 속에서 비금융 업무가 확대될 경우, 비금융 리스크가 은행에 전파될 위험이 있고, 인프라 구축 비용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용 문제로 사업을 갑작스럽게 철수할 경우, 시장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적극 활용해 부수업무 허용 범위를 파악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급격한 시장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되, 금융 분야에서 제기되는 금산분리 개편 여부 등 이슈를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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