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피해자대책위에서는 '선 구제, 후 회수'를 요구하며 피해 대상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사기에 대해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혈세로 지원해야 하느냐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 4당 국회의원들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이 내놓은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를 골라내고 갈라치기 위한 법"이라며 정부·여당 측 특별법안에 반대하고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포함한 피해자 인정 범위 대폭 확대 등을 촉구했다.
앞서 정부가 특별법 발의에 맞춰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주거 안정 방안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공매 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 임차인이 경매·공매로 주택을 낙찰받을 때는 금융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한 뒤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 공공임대로 계속 거주하는 방안도 담겼다. LH 우선매수권 행사의 경우 LH가 임차인 대신 우선매수권으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할 때 '가격 상한선'을 두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지원을 받으려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공매(집행권원 포함) 진행 등 6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대책위 등은 "모호하기 그지없는 6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해 피해자를 걸러내는 것도 모자라 정작 피해자가 요구하는 내용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도 갚아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준다고 해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등을 심사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지원 대상과 폭에 대해 온라인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구제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세금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해 주는 것은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해 주면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도 구제해 주는 것이냐"는 지적도 올라왔다. 반면 "전세사기를 제도적으로 막지 못한 정부 잘못도 있어 피해자가 양산되면 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특별법의 지원 범위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별법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법안이라는 주장과 6가지로 정해진 피해자 요건이 선별적이고 엄격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일부 주거 안정이나 지원 대책으로는 미흡한 면은 있지만 정부에서 피해자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피해자를 구제할 때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게 굉장히 엄격하고 요건이 주관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판단을 하는 위원회가 재량권을 가지고 충분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특별법에 담지 못한다면 정부가 다른 대안을 범부처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발표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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