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운용 자산 중 계열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자금이 한때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계열사 위탁 운용액과 해당 비율이 얼마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 보험사들이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난을 의식해 관련 수치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계열사에 편중된 자산 운용 위탁은 수익률 하락 리스크가 존재해 보험권 건전성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수치를 공시하게 하고 투명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일 보험업계 상위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계열사 위탁 운용액 수치를 확인한 결과 모든 업체가 "투자 관련 세부 내역은 대외비여서 공개가 불가하다"며 관련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부분 금융사들은 사업보고서 등 공시를 통해 운용 자산과 관련 수익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계열사 위탁 운용액 등은 기재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권이 보험권 계열사 위탁 운용액 수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때 전체 운용액 대비 계열사 위탁 운용액 비율이 84%에 이르는 등 상대적으로 관련 수치가 높게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 정무위원회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해 8월 기준 23개 생명·손해보험사의 계열사 위탁 운용액 수치를 공개하고 이 같은 비율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같은 기간 보험권 전체 운용액은 390조원이었으며 이 중 계열사 위탁 운용액은 327조원에 달했다.
업체별로는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총 운용액 166조원 중 계열사 위탁 운용액이 149조원으로 관련 수치가 가장 높았고 비율로 환산했을 때 전체 중 90%를 삼성자산운용 등에 위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은 총 운용액 118조원 중 계열사 위탁 운용액이 107조원으로 삼성생명 다음으로 많았고 계열사 위탁 운용액 비율은 전체 중 91%로 한화자산운용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 의원이 지적한 후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지만 각사가 해당 수치를 주기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보험사의 계열사 위탁 운용 추세에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불공정 거래행위가 될 수 있으며 유사시 편중된 자산 운용 위탁은 수익률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퍼스트리퍼블릭 사태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활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계열사 유동성 문제가 손쉽게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며 "국회 등에서 자료 요구 등을 하지 않는 한 사실상 관련 수치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안내 강화와 보험권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계열사 위탁 운용액 수치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도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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