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리 빚 못 갚았다고.." 납치·폭행·감금한 가해자…영장 기각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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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 기자
입력 2023-05-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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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리대금 못 갚아 감금…명의 갈취해 불법 대출

  • 가해자는 전직 인천광역시 서구 구의원 자녀

  • 경찰 "죄질 나빠"…법원, 미성년자 이유 영장 기각

경기 김포경찰서 전경 [사진=연합뉴스]

주 50% 넘는 고리 빚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를 납치·폭행하고 감금해 불법 대출을 받게 한 10대가 2차 납치를 시도해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구속되지 않고 풀려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경기 김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지난달 19일 피해자 A씨를 감금·폭행한 이모씨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씨는 지난 3월 말 하모씨 등 일당 3명과 함께 A씨를 납치해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감금돼 있는 동안 일당들은 대출 브로커를 동원해 피해자 명의로 불법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2004년생인 가해자 이씨는 또래 사이에 인천 검단과 경기 김포 지역에서 소위 ‘일진’으로 통했다. 이씨 부친은 인천 서구 전직 구의원으로 확인됐다.

◇“아들이 차 트렁크에 팬티 바람으로 납치돼 폭행·감금당해"

“우리 아들, 골프채로 두드려 맞고 차 트렁크에 팬티 바람으로 끌려가 수일간 감금됐습니다. 납치돼 있는 동안 일당들은 아들 명의로 불법 대출을 받았어요. 피의자는 2차 납치를 시도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고 풀려났습니다. 이게 법치인가요?”

아주경제는 이 사건을 접하고 최근 피해자 A씨와 그 아버지를 만났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 일이 흘렀음에도 팔에 깁스를 착용한 채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A씨 아버지는 “납치·감금·폭행·불법사채 등 온갖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가해자는 풀려났다"며 “너무 화가 나고 놀란 가슴에 밤잠을 설친다”며 울분을 토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생일이 지나 만 19세 성인이 된 A씨는 지난 3월 말 아르바이트를 하던 경기 김포시 한 홀덤 펍에서 이모씨, 하모씨 등 일당 4인에게 끌려가 차에 실렸다. 

A씨가 이씨에게 올 1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300만원대 자금을 빌렸는데 갚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씨는 A씨에 한 주에 최대 50~60%에 달하는 엄청난 금리를 요구했다. 불과 두 달 만에 A씨가 이씨에게 지급해야 할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700만원대에 달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고리대금이었다.

이씨 등 일당 4명은 A씨를 납치해 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산길로 끌고 갔다. 이씨는 차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내 다른 일당 하씨에게 건넸고 그는 A씨를 골프채로 수차례 폭행했다. 일당들은 무서워 도망가려던 A씨를 붙잡았고 하씨는 골프채로 수차례 또다시 가격했다. A씨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돈을 빨리, 더 주겠다”고 사정했지만 하씨는 두 대를 더 때렸다.

일당들은 A씨 팬티를 제외한 옷을 모두 벗겼고 차 트렁크로 밀어넣었다. 겁에 질린 A씨는 반항할 수 없었다.  

일당들은 A씨를 감자탕집과 PC방으로 끌고 갔다. 식사를 하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PC방에서 나온 이씨와 하씨는 A씨를 인천 검단 소재 이씨 집으로 데려가 감금했다. 

◇일주일간 감금···피해자 명의로 불법 대출

A씨는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이씨 집과 호텔에 감금됐다. 이때부터 A씨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상태였다. 이씨가 외출을 할 때 A씨는 동행해야 했고 하씨는 매일 한 번씩 이씨 집에 들러 A씨 휴대폰을 검사했다. A씨 휴대폰에는 위치추적 앱도 설치됐다. A씨는 4월 5일부터 7일까지 이씨와 친분이 있는 대출 브로커와 호텔에서 함께 지내야 했다.

감금된 동안 이씨와 하씨 등은 대출 브로커를 동원해 A씨 명의로 600만원을 불법 대출받게 했다. 

일당들은 비대면 햇살론을 이용해 A씨 명의로 대출 300만원을 실행했다. A씨 명의로 휴대폰 여러 대를 가개통해 되파는 수법으로 300만원을 더 챙겼다. 

이씨는 A씨에게 이제 성인이 됐으니 작업 대출을 할 수 있다며 “대출받을 때까지 10일 이상 집에 못 간다”고 협박했다. 대출 브로커를 통해 A씨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가짜 서류를 꾸며서 은행에서 수천만 원을 대출받자는 것이었다. 

A씨는 감금 일주일 만인 지난달 7일 겨우 풀려났다. 그러나 A씨가 풀려난 지 11일 만인 지난달 18일 이씨는 2차 납치를 시도했다. 

이씨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있던 A씨를 발견했고 또다시 강압적으로 차에 태웠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뒷좌석 문으로 도망치다 넘어졌고 이씨는 A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다행히 이 상황을 지켜본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이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법원, 미성년자 이유로 구속영장 기각···경찰, 보강 수사 후 영장 재청구 검토

이 사건은 김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배당됐다. 2004년생인 이씨가 올해 성인이 되지만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소년법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김포경찰서는 이씨가 성인이 아님에 불구하고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해 지난달 19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가 미성년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김포경찰서는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 후 이씨를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감금·폭행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하씨에 대해서도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다시 한번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함께 범행에 가담한 다른 일당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A씨 아버지는 “미성년이든 성인이든 가해자들이 제대로 수사를 받고 강력 처벌되길 원한다”며 “무리들을 발본색원해 다시는 누구도 납치·감금·폭행·불법사채 등 유사 범죄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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