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기업설명회(IR)와 ADB 연차총회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5월 둘째 주 싱가포르 등지에서 진행되는 금융권 해외 IR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동행해 금융권 해외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8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여 동안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3개국을 방문하는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 동남아시아 방문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지주 수장을 비롯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등 각 업권 대표들이 일부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감원장이 금융권 해외 IR에 동참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출장은 다소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이 원장은 현지 IR에 참석해 한국 금융사의 해외 진출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당국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마헨드라 시레가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 라비 메논 싱가포르 통화감독청장 등 현지 당국 수장들과 직접 만나 지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국내 금융시장 홍보와 투자 유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56차 ADB 연차총회'에서도 금융사들은 한국을 찾은 해외 금융권과 접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하나금융은 지난 4일 대만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신탁상업은행(CTBC Bank)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금융과 CTBC는 이를 통해 아시아 중심 해외 점포 상호 지원과 기업금융, IB, 무역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또한 일본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그룹(스미트러스트)과도 글로벌 금융사업 협력관계 강화에 나섰다.
KB금융 역시 이번 ADB 총회 기간 중 칵테일 리셉션을 통해 각국 금융권과 접점을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윤종규 회장이 직접 KB금융이 동남아시아 시장과 선진 시장 성장을 위해 추진 중인 ‘글로벌 투트랙(Two Track) 전략’과 더불어 글로벌 비즈니스 비전에 대해 설명에 나섰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 KB 계열사 대표들도 총출동해 해외 금융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금융권은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동안 주춤했던 해외 진출 등 새 먹거리 찾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국내 시장 포화 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산업 외연 확대가 필수라며 해외 진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수장과 금융사 대표들이 포진한 단체 출장이나 ADB와 같은 대형 이벤트를 계기로 해외 금융사와 소통·협업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될 여지가 높은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