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리스크로 부상하자 금융권도 다각적인 방식으로 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번 터지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우려되는 만큼 방벽을 높게 쌓아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이뤄진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책 중 이자 상환 유예가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각 금융회사가 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수차례 연장이 결정된 만큼 이번에도 지원이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그러지 않을 경우의 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은 지난 1분기 총 2조10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 동기에 전입한 7984억원보다 151.8% 급증한 규모다. 금융당국도 1분기 내내 충당금 적립을 통해 향후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국내 주요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상품 금리 인하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 차주나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비금융 지원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개인대출로 자금을 융통해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이 많으므로 개인 차주에 대한 지원 혜택이 상당 부분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앞으로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지난 3월 자영업자·소상공인 금리부담 경감을 위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대상·한도를 확대하고 신청 기간도 연장하는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해당 프로그램에 사용될 재원도 기존 6800억원에 800억원을 추가했다.
DGB대구은행은 오는 10일 제2금융권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주는 ‘DGB로 이음 특별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용등급과 담보 비율에 따라 금리를 최대 1.5%포인트 감면하고 중도상환수수료 금액에 따라 0.1~0.2%포인트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 이 밖에도 소액생계비대출, KB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의 2금융권 대환대출 상품 등 상생금융을 위한 활동도 넓게 보면 연체율 리스크가 현실화했을 때 완충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다.
태스크포스(TF) 등 임시 조직을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도 눈에 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내부적으로 ‘금융시장·실물경제 복합위기 비상 대응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리스크 유형별 사전 점검을 통해 취약 부문과 취약이 우려되는 부문을 선정하고 세부 분석, 모니터링 강화, 맞춤형 관리 제도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2월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한 ‘리스크 관리 TF’ 조직을 신설해 선제적 위험 관리와 취약 차주 연착륙 프로그램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은 결국 언젠가 종료되고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회사별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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