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거래소]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현행 규정상 ETN 종가가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조기 청산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기 청산 규정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기초자산 가격 반등에 따른 가격 회복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6월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5일 MMBtu(100만 영국 열량 단위)당 2.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8월 기록했던 고점(9.68달러) 대비로는 7.54달러(77.89%) 하락한 수치로 9개월 새 원자재 가격이 80%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천연가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 가격도 급락했다. 앞서 9개 증권사는 지난해 10월 20일 일제히 천연가스에 ±2배로 투자하는 레버리지 ETN을 출시했다. 출시 증권사는 공시 순으로 △KB △NH △메리츠 △신한 △하나 △한국 △대신 △미래에셋 등이다. 당시 ETN 기준가격은 모두 2만원이었으나 2배율 레버리지 ETN은 천연가스 가격 급락으로 인해 8일 현재 종가가 대부분 1000원에 근접했다. 상장일 투자자 기준으로는 손실이 95%에 달한다.
문제는 ETN 종가가 1000원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라 조기 청산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앞서 KB증권이 출시한 'KB 레버리지 항셍테크 선물 ETN(H)'은 지난해 10월 24일 종가가 1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조기 청산 사유가 발생해 같은 달 26일 상장폐지됐다.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관련 ETN도 항셍테크 ETN처럼 조기 청산될 수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ETN 조기 청산 규정을 두고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수와 원자재 가격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강제 청산 규정으로 인해 투자자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까지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제 청산을 당했던 항셍ETN의 기초자산인 항셍테크 지수는 지난해 10월 2801.99로 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에 성공해 연초에는 2011.24포인트(71.78%) 오른 4813.23으로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쇼트포지션이 아닌 롱포지션을 잡은 투자자들은 속칭 '존버'를 통해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지 않다"며 "조기 청산 규정이 수익률 회복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N 조기 청산 규정은 2020년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원금 이상 손실이 발생했을 당시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투자자 보호장치"라며 "미국에서도 ETN 조기 청산 가격을 1000원과 비슷한 1달러로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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