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 층수 제한 및 용도 상향 규제완화 등으로 용산구 이촌동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는 층수와 분담금 등을 둘러싸고 재건축 사업이 잡음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입찰공고를 3년만에 다시 냈다. 조합은 오는 11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22일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7월 선정한 업체와 계약이 해지되며 정비업체를 새로 구하는 절차다.
1979년 준공된 한강삼익아파트는 한강맨션, 왕궁아파트와 함께 동부 이촌동 재건축 대표 주자로 꼽힌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상황과 맞물려 한강삼익재건축조합 내부에서도 재건축을 둘러싸고 조합원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삼익아파트는 당초 계획하던 30층에서 최근에는 35층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조합원들의 한강조망권 확보를 위해 기존 사업시행계획 인가 내용에서 설계를 변경하고 건축심의 단계로 다시 돌아간다는 방침이다.
한강삼익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한강맨션이 60층을 넘긴다니 삼익 조합원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는 한강맨션은 대단지여서 대지 지분이 많지만, 삼익은 그렇지 않아 한강맨션처럼 큰 변화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특히 분담금과 조망권을 두고 조합원 간 갈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아파트는 1동(전용 145㎡)과 2동(전용 105㎡)으로 나뉘는데, 조망권을 두고 1동과 2동 조합원들끼리 마찰을 빚는 상황이다.
이촌동 한 공인중개사는 "삼익에서 2동 조합원들이 1동 조합원보다 더 좋은 조망권을 가져가게 되면서 2동 조합원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삼익과 왕궁아파트 모두 조합원 분담금 문제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어 사업 절차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 이촌동 대장주인 한강맨션도 최근 68층 재건축 추진을 위한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고 있는 와중에 상가 소유주와 아파트 소유주 간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상가 소유주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상가와 아파트가 주고받은 토지 가격 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아파트 소유주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소송이 이어지면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밖에 이촌동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는 신동아아파트가 지난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다. 신동아아파트는 기존 1326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1620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2008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왕궁아파트는 서울시 층수 규제 완화 이후 현재 정비계획 변경을 준비 중이다.
각종 개발 호재와 서울시 재건축 규제완화 움직임에도 현장에서 거래는 여전히 얼어붙은 분위기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매매거래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서울시 신통기획 발표 후에도 전반적으로 변화가 거의 없다"며 "급매 거래만 하나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절벽이지만 재건축 추진 움직임에 호가는 오르고 있다. 삼익아파트 2동(전용 105㎡)은 지난 2월 거래된 직전 최고가 17억원대에서 현재 26억원까지 호가 올라와 있다. 왕궁아파트 전용 102㎡는 지난해 5월 24억원에 마지막 거래된 후 현재는 29억원에도 다수의 물건이 나와있다. 한강변 바로 앞에 위치한 5동 동일 면적 물건은 34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5동은 이 단지에서 유일하게 한강이 정면으로 보이는 동이라 재건축 시 평가등급이 높게 판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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