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덕희 KAIST 교수의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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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5-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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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희 | 율곡출판사 | 654쪽

[사진=율곡출판사]


현실 경제 현상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주류 경제학의 환원주의 시각을 벗어나 전일주의와 복잡계 이론을 바탕으로 삼은 경제학 이론서가 출간됐다.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가 쓴 ‘복잡계 네트워크 경제학(Complex System and Network Economics)’이다. 저자가 2002년 KAIST에 부임한 이래 ‘NEXYS(Network Economics and Complex Systems)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행한 강의와 연구를 모아 입문서 성격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에 따르면 기존의 경제학은 이론적으로 체계가 잘 짜여져 있으나 현실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많은 가정을 두고 있어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현실과 이론의 괴리는 주로 관계와 시간에서 비롯된다. 주류 경제이론은 경제 주체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행위를 전제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최적화 균형(optimization equilibrium)에서 출발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단기와 장기에 동일하게 성립해 시간에 대한 가역성(reversibility)뿐만 아니라 로컬과 글로벌, 미시와 거시 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환원주의(reductionism) 입장을 취한다. 현실 경제에서 단기와 장기, 로컬과 글로벌, 미시와 거시에 적용되는 원리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시 세계의 질서로 거시 세계를 바라보면 사태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발전한 네트워크 과학과 복잡계 과학을 경제학과 융합해 경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 노력을 소개한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네트워크 외부성이라는 관계적 요소를 도입하거나 비선형 동학 모델로 현실 경제에 가까이 가려는 시도, 즉 행위자 기반 시뮬레이션 모형(Agent-based Simulation Model), 진화론적 게임이론(Evolutionary Game Theory)을 소개한다. 네트워크 과학은 모든 사태를 노드와 링크라는 물리적 관계로 보고 그 원리를 파악한다. 구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조를 그래프 이론과 같은 수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관계의 양적·질적 측면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복잡계 과학은 개체 간 상호작용이 창발시키는 거시적 질서와 미시적 질서 간의 상호 역동성을 대상으로 시스템의 자기조직화 현상을 연구한다.

저자는 “최근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전세라는 우리나라 임대제도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전세 제도는 거래 당사자의 자유도가 낮고 서로 강하게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어 조그만 문제라 하더라도 연쇄적으로 확산되어 큰 질서가 무너지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비단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경제사회의 특성상 시스템 리스크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해외 의존적 경제구조, 수도권의 인구 집중, 유행에 민감한 소비 성향 등 사회 전반에 강한 연결고리로 얽혀 있어 ‘널뛰기’ 하기 쉽다. 그만큼 폭등, 폭락의 경험을 더 빈번하게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오랜 구조적 문제들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러한 복잡계 네트워크 시스템이 스스로 창발시키는 질서들로부터 파생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사회경제 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책의 관점이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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