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당초 상반기로 예정됐던 PC·콘솔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의 출시 일정이 하반기로 조정됐다고 공식화했다. 사실상 올해 상반기에는 신작이 없는 가운데 당분간 엔씨는 기존 '리니지' 시리즈를 통해 실적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TL은 글로벌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와 출시 일정을 조율 중이며 알려진 대로 하반기 중으로 출시될 예정"이라며 "출시 일정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며 별도 이벤트를 통해 구체적 일정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원준 CFO는 "TL은 저희의 강점인 이용자간대결(PvP) 콘텐츠를 유지하면서도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이용자대환경(PvE) 콘텐츠도 제공하며, 게이머들이 몰입할 수 있는 내러티브 콘텐츠도 갖췄다"라며 "서구권에 한국 게임사가 출시한 게임 가운데 최고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TL은 올해 엔씨의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리니지W 이후 뚜렷한 신작이 없는 엔씨의 실적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게임으로 지목돼 왔다. 다만 출시 일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날은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장에서는 엔씨가 글로벌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와의 논의 과정에서 TL 출시 일정을 조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홍 CFO는 "올해 TL을 비롯해 총 5종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며 TL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은 MMORPG가 아니다"라며 "다른 게임들의 출시 일정은 순차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TL의 경우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클로즈베타테스트(CBT)에 1만명 이상의 테스터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정식 서비스에 필적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씨는 또 아마존게임즈와 논의해 조만간 해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테스트를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TL 출시가 계획보다 미뤄지면서 엔씨는 당분간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기존 모바일 게임들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해 1분기에도 대부분의 매출은 이들 세 게임에서 나왔다. 문제는 이 중 리니지2M과 리니지W의 매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리니지W는 전 분기 대비 매출이 31%나 줄어 시장 전망치보다 매출 낙폭이 가파르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위메이트 '나이트 크로우',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넥슨 '프라시아 전기' 등 MMORPG 경쟁작들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엔씨의 게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엔씨는 이 같은 우려에 선을 그었다. 홍 CFO는 "현재 리니지 모바일 게임들의 트래픽에는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2분기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경쟁작 출시로 인한) 매출이나 트래픽 잠식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매출 감소폭이 컸던 리니지W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실제 트래픽에는 변화가 없고, 2분기에는 매출이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2·3분기 영업이익은 물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겠지만 매출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엔씨는 1분기 마케팅 비용을 전 분기 대비 무려 90%나 줄이면서 영업비용을 전체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2분기부터는 현재 라이브 서비스 중인 게임의 업데이트 계획이 잡혀 있어 1분기보단 마케팅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홍 CFO는 "지난해 마케팅비가 매출 대비 7% 정도였는데 올해도 그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다만 마케팅 효과를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비용을 집행하지는 않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사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엔씨는 올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을 사내 도입한다. 엔씨는 지속적으로 AI 기술 개발을 해 왔고 지난해 3월 'GDC 2023'에서 김택진 대표의 '디지털 휴먼'을 선보이며 AI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장욱 실장은 "임직원들이 AI 기술을 실제 게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게임 사업에 특화된 AI 개발을 통해 콘텐츠의 몰입감과 게임 콘텐츠의 질적인 도약을 이끌어, 미래 성장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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