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가 앞으로 5년 안에 미 정보기술(IT)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전기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핵융합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계약이 체결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전했다.
헬리온은 오는 2028년부터 핵융합 발전을 가동해 1년의 램프업(상승) 기간을 거친 뒤 5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는 게 목표다. 1MW는 통상 미국 약 1000 가구의 하루 전력 공급량에 해당한다. 헬리온은 100만킬로와트(KW)급 발전설비를 개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발전량 중 일부가 MS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헬리온이 개발에 실패할 경우 MS에 위약금을 주는 내용도 계약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MS는 2030년까지 조달 전력 전체를 탄소 배출 제로로 하는 게 목표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헬리온의 작업은) 우리의 장기적인 청정에너지 목표를 지원한다”며 “그리드에 더 많은 청정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타 핵융합 회사들이 삼중수소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 헬리온은 헬륨3를 사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헬리온은 지금까지 5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이중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투자한 금액은 3억7500만 달러다.
핵융합 발전을 둔 경쟁은 치열하다. 정부나 국제기구 외에도 30개 이상의 민간 업체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인공 태양’으로 통하는 핵융합 발전은 핵분열 원자로와 달리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도 없다. 효율도 높아 ‘꿈의 에너지’로 통한다.
핵융합 기술은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게 목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초고온으로 가열해 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은 찰나의 순간에만 발생했으며, 방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실용화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지난해 핵융합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50억 달러에 이른다.
헬리온은 7세대 기계인 폴라리스를 내년에 가동해 전기 생산을 시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1년 헬리온은 섭씨 1억도의 초고온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민간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다만, 헬리온은 핵융합을 위한 최적의 온도는 섭씨 1억도보다 약 2배 더 높아야 한다고 본다.
핵융합을 실험하는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소장인 킴벌리 부딜은 지난해 말 수십 년간의 연구와 투자를 통해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수준에 조만간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등 상용화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핵융합 발전을 위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및 건설 승인 등의 허가가 필요한 점은 부담이다. 다만, NRC가 지난달 핵융합 규제와 핵분열 규제를 분리하기로 결정하면서, 라이선스 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앤드류 홀랜드 핵융합산업협회(FIA) 회장은 MS와 헬리온의 계약은 핵융합 발전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업계가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핵융합 발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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