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전세사기 불안 등으로 공매시장에서도 빌라, 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빌라사기꾼' 사태가 벌어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들은 많게는 27차례 입찰을 진행해도 주인을 못 찾고 있다.
11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공매 입찰이 진행되는 비아파트(빌라·다가구·다세대·다중·연립주택) 총 309건 중 26%에 해당하는 80건은 이미 10회 이상 유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입찰이 진행되는 아파트·주상복합 260건 가운데 지금까지 10회 이상 유찰된 물건은 20건으로 7.6%에 해당했다.
아파트의 경우 10회 이상 유찰된 곳 중 서울은 한 곳도 없었으나, 비아파트의 경우 56%에 해당하는 45곳이 서울 지역이었다. 45곳 가운데 절반 이상(23곳)은 '빌라사기꾼' 사태가 터진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빌라였다. 화곡동 빌라 중 공매에 나온 물건들은 평균 18.4회 유찰됐고 현재까지 27회까지 유찰된 곳도 있었다. 이곳은 최저입찰가액이 감정가(최초 예정가)의 4%까지 떨어졌으나 주인을 못 찾는 상황이다.
아파트·주상복합 중 10회 이상 유찰된 20건은 경남 합천,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 전부 지방 비광역시 지역 물건이었다. 공매에서 총 22번 유찰된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는 현재 최저입찰가가 감정가 2억2600만원의 7%인 1685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입찰가가 감정가의 50% 이하, 10% 이하까지 떨어진다는 건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된 보증금 인수 사항이 있는 물건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 화곡동 빌라사기꾼 사건과 비슷한 사건에 엮인 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커지고, 아파트값 하락으로 빌라 시세도 낮아지면서 일반 매매시장은 물론이고 공매시장에서까지 빌라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전세사기와 관련된 빌라 물건은 경매시장에서도 유찰이 거듭되며 쌓여가는 중이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빌라 820건의 낙찰률은 8.7%에 불과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3월 전국 기준 전체 주택 매매거래 중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은 13.4%, 아파트는 77.4%였다. 빌라 매매거래량 비중은 전월(13.8%)보다 더 줄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빌라 시세가 낮아졌고, 거기다 전세사기 관련 물건이라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보증금까지 있다면 아무리 입찰가가 낮아져도 수요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역전세가 심화하며 매매시장에서 빌라가 소화되지 못하다 보니 경·공매시장에 쌓여가는 물건이 많다"며 "앞으로 공매에 나오는 빌라 건수는 더 늘어나고, 유찰되는 횟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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