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부채 한도 상향을 앞두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인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MMF 시장은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채 불안과 달리 한국 국채 시장은 양호한 상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은행 불안 지속 등 각종 금융 악재를 피해 MMF로 머니무브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MMF 시장 규모는 역대 최고라면서 당분간 MMF로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개인과 법인을 합한 전체 자금은 총 180조5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MMF 시장 규모는 174조6034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일주일 사이 6조원가량이 빠져나갔지만 정부 혹은 기관의 투자 집행에 따른 단기적인 자금 유출일 뿐이며 국내 MMF 시장은 여전히 호황기라고 진단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MMF 시장은 여전히 투자상품으로서 매력이 있다"면서 "현재 국내 MMF 시장은 역대 최고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2월 17일 국내 MMF 시장에는 200조원 이상 몰리며 자금 유입 규모 면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MMF 투자자는 주로 법인으로 회사·투자기관·정부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기준 개인투자자는 14조6352억원, 법인은 165조5193억원의 투자 비중을 차지했다.
이경준 미래에셋증권 상장지수펀드(ETF) 본부장은 "기관들이 경제를 좋지 않게 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MMF에 돈을 보관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했던 채권 투자에서 수익을 실현한 자금 또는 달러를 시장에서 매도하고 얻은 원화 현금을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발 글로벌 중소·지역 은행 위기가 지속되면서 경제 불황을 느낀 투자자들이 MMF로 자금을 옮겨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SVB 파산 이후 중소형 은행 예금이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지닌 MMF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이달 1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파산 소식은 미국 은행에 대한 우려가 잔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트리거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MMF 인기는 4월부터 시행된 '법인형 MMF 시가평가제도' 영향도 있다. 그동안 MMF는 기업어음(CP) 91물·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단기형 금리 상품으로 엄격한 운용 규제를 받았다. 법인 MMF에만 장부가 평가를 적용해온 점 등이 대표적이다. 장부가 평가는 시장금리 상황과 관계없이 매매 시점 가격으로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시장금리 변동과 무관하게 원금 손실 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MMF로 자금 유입이 계속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ETF 등 여러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법인용 시가평가형 MM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4.83%에 달한다. 이달에는 수탁액 1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11월 설정 이후 5개월 만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도 법인용 시가평가 MMF를 이달 내로 출시할 예정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중장기적으로 MMF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경준 ETF 본부장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한·미 간 금리 차이에 따른 달러 현물 매도 수요가 강함에 따라 MMF로 원화 단기자금유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부채 한도 상향 논의로 단기채(3개월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규모 MMF 인출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채 한도 협상을 둘러싼 정치권의 교착 상태로 인해 MMF 손실 폭탄이 예상된다"면서 "디폴트 공포에 의한 군중심리로 MMF 고객들이 자금을 인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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