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개막 5개월 남기고"…BIFF 사태에 영화인들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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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05-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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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리는 4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모습.

부산국제영화제가 운영진 갈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 5개월여를 앞두고 위기를 맞았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돌연 사퇴를 선언한 뒤부터다.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에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당혹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국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까지 흔들리자, 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사회 및 임시총회에서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이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고 밝혔다.

일찍이 이용관 이사장은 "영화와 행정을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 내왔다. 이번 인사 역시 영화와 행정을 분리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해석되었고 실제로도 이 이사장은 토론토영화제를 토대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도 당시 조종국 위원장 위촉 소식을 전하며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초청작 선정과 영화제 행사 기획을 총괄하여 한국과 아시아의 유망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내고 전 세계 영화의 큰 흐름을 조망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및 일반 사무, 행정, 예산을 총괄하며 조직 운영에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사 발표 후인 지난 11일 허 위원장은 돌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허 위원장이 공동위원장 체제에 반발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5일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뜬소문들을 진화하고자 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조 위원장은 30년 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지만 영진위와 부산영상위에서 일한 행정 경험이 있어 운영위원장에 위촉한 것"이라며 운영위원장 신설도 허 위원장을 비롯해 내부 인사들과 미리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요구하는 조종국 운영위원장 사퇴에 관해서는 "총회에서 결의로 이뤄진 인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다만, 다음 이사회에서 조 이사장의 사퇴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도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행보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며 "대다수 영화인은 그가 앞으로 한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끌어나가야 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도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속칭 '이용관 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이 이사장은 왜 조종국씨를 위촉했는지, 왜 영화제 개최가 5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 무리해서 인사를 강행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집행위원장이 행정과 예산에 관여할 수 없다면 영화제 실권은 사실상 운영위원장이 쥐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익명의 영화 관계자는 "허 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게 아직도 의문이다. 공동 운영에 관한 불만이었다고 한다면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이사회 및 임시총회로 새 신임위원장을 위촉할 때 허 위원장이 반발한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고 애초 이용관 이사장이 계속해서 언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화제 개최 5개월여를 앞두고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영화 제작사·배급사들도 걱정이 크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영화제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부산국제영화제 내부 갈등으로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해지자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제는 축제기도 하지만 배급사 입장에서는 주요 마켓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해외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주요 마켓이 불안정하다면 해외 바이어들도 국내 배급사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영화 관계자도 "지난해 가까스로 (영화제) 반응을 끌어올렸는데 이렇게 또 죽어버릴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갈등을 봉합하고 무사히 개최되기를 바란다며 영화제 정상화를 응원했다.

영화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국내외 영화제들의 존폐 위기 속에서도 국제적인 상징성을 지켜온 부산국제영화제 내홍의 여진으로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부 협의와 봉합을 거쳐 영화계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제 개막이 코앞인 만큼 허문영 위원장의 복귀가 간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허 위원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까지는 내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14년 영화 '다이닝벨' 사태부터 자연재해, 코로나19 범유행, 재정난 등 바람 잘 날 없었던 부산국제영화제지만 이런 내부 갈등으로 인한 위기는 사상 초유다. 운영진의 갈등으로 영화제 내부는 물론 영화 업계가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범유행 후 한국영화가 위기를 맞은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대표 영화제의 행보는 아쉽기만 하다. 영화 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인 만큼 서로 의견을 나누고 사태를 봉합해 영화계를 위해 힘써야 할 때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제 개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화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혼란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직원들은 영화제 개최를 목표로 맡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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