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규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처음으로 가상자산 통합 규제안을 승인했고 영국 의회는 가상자산이 '도박'과 같다며 정부 규제를 강력 촉구했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가상자산시장법(MiCA)을 최종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MiCA는 각종 가상자산부터 시작해 관련 업체와 거래소에 이르기까지 EU 지역 가상자산업계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규제 법안이며 세계 처음으로 도입된 가상자산 통합 규제안이다.
202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MiCA는 소비자 보호를 골자로 하고 있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가상화폐 발행·거래·보관업체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했다. 또한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2026년부터는 가상자산업체들이 송금 액수에 상관없이 모든 송금인과 수취인 명단을 입수하도록 했다.
이는 작년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과 같은 가상자산업계 각종 사고로 인해 가상자산 투자자들과 경제·금융 시스템 전반에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EU 순회 의장국인 스웨덴 엘리자베스 스반테손 재무장관은 "최근 사건들은 이러한 (가상)자산들에 투자한 유럽인들을 보다 잘 보호하고, 가상자산업계가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지원 등에 오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 마련의 긴급한 필요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연합 이사회는 이달 말에는 조세 포탈 방지 협약인 행정협력지침 8차 수정안(DAC8)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번 수정안에는 MiCA를 토대로 한 가상자산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가상자산의 허점을 이용해 조세를 포탈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EU가 가상자산 규제안을 도입하고 관리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세계 각국도 가상자산 규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에서는 하원 재무위원회가 17일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가상자산이 도박과 같은 면이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설파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비보증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자 투기 행위는 우리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영역이며 정부가 소비자 피해를 보다 잘 방지하기 위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비보증 가상자산에 대한 개인 거래와 투자 활동을 금융 서비스라기보다는 도박으로 판단해서 '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결과'라는 명시 원칙에 따라 규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가상자산에 기존 증권법을 적용하는 방안과 신규 법안 도입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기소하는 등 가상자산업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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