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발로 수차례 폭행한 뒤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청바지가 저절로 풀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증 결과 피해자의 바지는 완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탈의할 수 없는 구조로 전해졌다.
17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네 번째 공판을 진행, 피해자 청바지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A씨 변호인을 비롯해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인 등과 함께 청바지를 직접 검증했다.
검증에 따르면 청바지는 다리를 넣고 지퍼를 올린 다음에 벨트 역할을 하는 끈을 왼쪽으로 젖힌 뒤 금속 재질의 단추 2개로 잠그는 방식이다.
B씨의 청바지는 일반 청바지와 달리 하이웨이스트 바지(허리가 배꼽을 가리는 바지)로 단추가 옆면에 있어 일부러 힘을 주지 않는 이상 탈의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졌다.
최 부장판사는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라며 "검증 조서에 기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청바지 검증에 앞서 재판부가 사건 당시 청바지 여부를 묻자 "사진으로만 봤고, 사건 당시 청바지인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한 사건 당시 출동 경찰관은 "피해자의 바지 지퍼가 절반 이상 내려간 상태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피해자 변호인은 재판 직후 청바지 검증과 관련해 "재판부가 청바지에 큰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며 "청바지 자체가 최소한의 범죄 동기와 그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정신을 잃고 기억이 없었다"며 "다음 기일에 DNA 감정 결과가 오면 성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A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간 뒤 갑자기 피해자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는 등 폭행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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