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청구 중계기관에 보험개발원 거론...업계는 '심평원'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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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기자
입력 2023-05-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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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계 전산망부터 인력 채용 등 인프라 구축 하세월"

  • 심평원 9만8천여 병의원 인프라 보유…전문성도 ↑

  • "중계기관, 원점에서 재논의 시작해야…철저한 사전 검증도"

[사진=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청구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보험권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존 중계기관으로 논의됐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약가를 심사하는 기관인 만큼 전문성은 물론 전국 병·의원과 전산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 실손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지만 청구 중계기관은 확정하지 않았다. 공공성·보안성·전문성 등을 고려해 청구 중계기관은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앞서 보험업계는 중계기관으로 심평원을 원했지만 의료계 반대가 커지자 정치권 등에서 보험개발원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선정되면 실손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보험권에선 의료계 반대가 있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된 만큼 심평원을 다시금 중계기관 후보군에 올려 관련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평원은 이미 전국 9만8479개 병·의원은 물론 약국 데이터, 전산 인프라까지 보유하고 있어 중계기관으로 지정 시 전문적 업무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전산망 등 별도 시스템 개발 비용이 들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시스템 완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중계 전산망부터 이를 관리할 인력 채용 등 보험업계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관련 제도 실행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보험개발원이 심평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보니 주기적 운영비 지출도 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개발원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반응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은 보험요율 산정 등 통계에 기반한 데이터를 주로 다루는 곳인데 4000만명에 육박하는 방대한 실손 가입자 데이터를 무리없이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조건적인 중계기관 선정보다는 데이터 운영 능력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정치권과 당국이 물밑에서 이미 보험개발원을 중계기관으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올 초 정치권이 심평원을 대체할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언급하자 대한한의사협회가 해당 법안 통과를 환영하는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법안소위 통과를 위해 여야가 사실상 심평원을 중계기관에서 제외하는 타협점을 찾고 법안 통과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실손 가입자 안정성과 관련 산업군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해 해당 시스템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는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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