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강남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1기 신도시 집값은 여전히 잠잠한 분위기다. 지난 2월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을 발표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주(15일 기준)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 집값은 대체로 서울(-0.01%)과 경기(-0.02%)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컸다. 평촌이 속한 안양 동안구는 -0.05%, 일산 서구는 -0.33%, 일산 동구는 -0.11%, 부천과 군포는 각각 -0.07%의 변동률을 보였다.
화성·평택·광명·수원·용인 등 상당수 경기도 지역이 2주 이상 상승세로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들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당초 특별법 수혜 예상과 달리 가라앉은 모습이다. 특별법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직전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가 체결되기도 한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일산동구 강촌라이프 전용 49㎡는 지난달 19일 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최고가 5억4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하락했고, 지난 2월 4억원에 거래된 것보다 더 낮은 가격이다.
일산동구 강촌동아 전용 84㎡는 지난 8일 5억9000만원에 팔리며 지난해 11월 7억1000만원보다 하락했다. 일산서구 문촌16단지뉴삼익 전용 84㎡는 지난달 9일 6억37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인 8억85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안양 평촌의 초원1단지성원 전용 59㎡의 경우 지난달 29일 6억1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2021년 10월 실거래가(7억8500만원)는 물론이고 지난 3월 거래(6억1900만원)보다도 하락한 가격이다.
분당 정자동 양지6단지한양 전용 59㎡는 지난달 17일 7억8500만원에 팔리며 2021년 최고가 9억5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떨어졌다. 정자동 한솔3단지한일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11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해 5월 13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특별법에 대한 기대가 낮은 것은 지난 2월 7일 국토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관련 법안들이 아직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정비사업이 추진될 때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집값 흐름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현장에서는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의 기대감도 낮은 모습이다. 일산신도시 주민 조모씨는 "재건축이 되면 좋겠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다. 지금 특별법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 지금으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분당 재건축단지 주민 민모씨는 "서울의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만 봐도 재건축 진행에 상당 시간이 걸려서 정비사업이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라면서 "1기 신도시법이 구체화되는 단계가 돼야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분당 정자동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특별법이 빨리 통과돼 재건축이 추진되길 바라지만, 아직 거래는 물론 문의조차 드물어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며 "급매물은 소진된 편이지만 가격이 오름세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관망세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 회장은 "재건축이 빠르게 추진 중인 서울과 달리 1기 신도시는 법안조차 표류돼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 굉장히 불만이 많은 상태"라며 올해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특별법이 통과되고 세부 내용도 구체화돼야 한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반짝 추진동력이 있을 것 같은데, 과연 끝까지 이 내용으로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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