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손자회사인 카카오VX는 지난 2월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브룩에 신규 합작법인 '골프 VX'를 설립했다. 카카오VX가 200만 달러(약 26억원)를 출자해 지분 50%를 소유하는 구조로, 카카오VX의 관계기업으로 등재됐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비롯해 골프연습장·골프용품 등 골프 관련 사업 전반을 하는 회사다.
카카오VX는 신규 법인을 토대로 미국 스크린골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인력 채용을 하고 있다. 노스브룩이 한인들이 많이 몰린 지역인 만큼 우선 한인타운 등에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아직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도입한 미국 내 매장은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현지 영업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VX가 미국 스크린골프 시장을 눈여겨본 것은 해당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골프 시뮬레이터(스크린골프) 시장 가치는 2021년 13억1550만 달러에서 2030년 33억8000만 달러로 연평균 10.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최근 골프장에 직접 가지 않고 스크린골프장, 골프연습장 등에서 골프를 즐기는 이른바 '오프 코스'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존 한인타운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스크린골프가 점점 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얻는 모습이다.
카카오VX가 예정대로 미국 진출에 나선다면 국내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골프존은 이미 지난 2016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일찌감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4월 기준 미국에 1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스포츠 펍 콘셉트를 접목한 '골프존소셜'을 뉴욕에 처음 선보이며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에 나선다.
현재 카카오VX의 해외 성과는 대부분 중국에서 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도입한 해외 매장은 400여개로 이 중 대부분이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 개인용 스크린골프 장비 판매 성과도 좋다. 이외 베트남에서 한 자릿수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골프 사업을 통해 아시아 지역 밖으로는 처음 진출하게 된다. 지난 2017년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마음골프를 인수하며 골프 사업을 개시한 이후 6년여 만의 시도다. 지속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상황에서 다시금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카카오VX 관계자는 "미국 진출 준비를 수년 전부터 해 왔고,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예정보다 진행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준비는 계속 하고 있었다"라며 "다만 아직 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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