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對)중국 수출 부진'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출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내에 경상수지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하향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중국 정책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의하자 "지난 10년간 누렸던 중국 특수 혜택은 많이 사라진 상태"라며 "수출 부진은 반도체나 특히 공업제품을 생산하는 베트남,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공통 현상"이라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올해 국내 무역수지에 대해서도 300억 달러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상수지는 관광을 비롯한 타 사업에 힘입어 연간 240억~260억 달러가량 흑자가 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는 지난 2월 한은 전망치(260억 달러)에서 소폭 낮춘 것이다. 이날 이 총재 발언에 따라 오는 25일 한국은행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상수지 흑자 폭 하향 조정이 확실시된다. 그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전망 하향과 관련해 이 총재는 '중국 특수' 혜택이 사라진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중국 효과가 사라진 만큼 전체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낮춰 잡았다"면서 "한국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중간재인 데 반해 최근 중국 기업이 중간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제품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 대중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외교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십 수년 동안 중국 특수로 인해 얻은 많은 혜택이 사라진 상태라고 보고 다시 산업 관련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수출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와 산업구조 다변화 등 두 축이 필요하다"면서 "수출에서 IT 부문이 부진한데 (중국 외)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과 다른 부문 수출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중국과 (제조업) 경쟁관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국내에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 개선 가능성을 일부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중국 성장률이 내수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예상한 것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면서 "중국 재고 수준이 줄어들고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빨라지면 이러한 문제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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