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나비효과… 건설업계,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값 재상승 우려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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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5-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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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재 부담 커지고 공사비 이슈로 이어질 수도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건설업계에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가 재점화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철강과 시멘트업계가 영향을 받으면서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 악화는 물론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인상 갈등을 겪는 사업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전은 올 2분기(4~6월) 적용 대상 전기요금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률은 현재 요금 대비 5.3%다. 올해 1분기 산업용 전기료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4.95% 상승했는데 2분기 인상분을 포함하면 2년 전 대비 50%가량 뛰는 셈이다.
 
시멘트와 철강업 등 건설 원자재 관련 업계는 전기료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 수준인데 시멘트 원료를 녹이는 킬른(소성로)은 24시간 가동해야 해 전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 측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이번에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인상된다면 올해 중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전기료가 ㎾h당 1원 오를 때 전력 비용이 1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이 더해진 셈이다. 이미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분을 반영해 지난 16일부로 철근 가격을 t(톤)당 5000원 인상했다.
 
이처럼 건설 원자재 가격이 오를수록 건설사들은 원가 부담에 직면하게 되면서 건설 공사비,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3월 기준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0.07로 2년 전(125.47) 대비 19.61% 높아졌다. 전년 동월 142.56보다도 5.27% 상승했다. 아파트 분양가도 오름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699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21만원에서 12% 올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겨우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는데 전기료 인상이 다시 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며 ”현재 건설사 실적 악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이 가장 큰데 전기료가 오르면 건설업 불황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최근 수도권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비 합의에 실패해 지난 16일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 체결한 계약을 해지했다.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 조합과 시공단(삼성물산·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은 공사비 갈등으로 이달 진행할 예정이던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 재건축 사업도 시공사인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490만원에서 670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공사비 이슈로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져 분양가가 오르고,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입주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재 가격 상승으로 업계에 어려움이 극대화하면 정부 차원에서 합의·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높은 원가율로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쁜 상황인데 자재 가격이 또 오르면 하반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업계 의견을 듣고 전기료 인상을 재고해 조정에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사 등 업계 고충이 심각하면 정부에서도 인상률 조정 등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올 하반기가 지나고 내년 1분기부터는 건설공사 준공 물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요 물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 요인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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