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51)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92)을 이을 공화당 ‘실세’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트위터를 통해 여론을 움직이며, 지지 후보를 대통령으로 올리는 차세대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트럼프의 라이벌로 통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트위터의 음성 대화 플랫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머스크와 대화하며 2024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디샌티스가 출마 선언을 CNN이나 폭스뉴스가 아닌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서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2024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디샌티스를 적극 밀 것이란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점에 비춰볼 때 뜻밖의 선택이란 것이다. 머독은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본인이 거느리는 보수 언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날 디샌티스의 출마 선언 중계에는 수십만명이 넘는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25분 넘게 중계가 중단됐다. 트위터에 따르면 행사가 시작된 오후 6시에 60만명이 넘는 접속자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디샌티스는 출마 선언에서 본인이 주지사가 된 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점, 월트디즈니와 공개 투쟁을 벌인 점 등을 언급하며 플로리다 주지사로서 보여준 리더십을 강조했다. 접속자 혹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은 받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디샌티스는 최근 수개월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머스크를 그의 편에 두는 것은 판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머스크의 열렬한 팬들이 많은 점은 디샌티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수개월 간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걸으면서 ‘트럼프의 라이벌’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날 발표된 퀴니피액 대학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3월 47%에서 56%로 늘었지만, 디샌티스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33%에서 25%로 하락했다.
더구나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과 토마스 피터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창립자가 디샌티스 지지를 보류했다. 이런 시기에 공화당 지지층 중 상당수의 팬을 보유한 머스크와 함께 대권 도전에 나선 것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다만 머스크가 본인의 막대한 부를 활용해 내년 선거에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블룸버그 백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재산은 총 1800억 달러(약 239조원)로 추산된다.
머스크는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머스크가 지난 2009년 이후 정치권에 기부한 금액은 52만9000달러(약 7억원)에 불과하다. 머스크가 마지막으로 지지한 대선 후보자는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머스크가 디샌티스를 지지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머스크는 이날 대선 출마 행사를 마치면서, 다른 대선 후보와도 유사한 온라인 행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어떤 후보도 지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진영이 디샌티스의 트위터를 통한 출마 선언을 조롱하는 등 견제에 나선 점은 출마 선언이 상당한 눈길을 끌었다는 방증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등을 복구했지만, “(트럼프가) 어떤 일에서든 최고 경영자가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는 머스크를 “사기꾼”이라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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