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에 입각해 재정이 마르지 않는 샘물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그동안 우리 경제는 국가 주도 개발 전략을 써왔는데 아직도 그런 타성이 남아 있다. 이 문제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전윤철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우리 경제와 관련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역대 부총리들은 한국 경제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개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경제 원로들이 내놓은 고언이다.
이들은 과거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와 현 기획재정부 등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산증인이다.
건전 재정 기조 속에 '운용의 묘' 발휘해야
장 전 장관은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뒷받침하고 외환위기나 국제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의 건전재정 기조 덕분"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확장 재정적인 요구를 분출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전 재정 원칙에 기반한 길을 닦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점을 짚으며 건전 재정 확보를 주문했다.
유 전 부총리는 "부채를 걱정하며 재정을 운용하되 필요한 부분은 쓰고 대신 그만큼 불요불급한 지출 쪽에서 줄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운용의 묘를 기대했다.
다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재정 환경이 어려운 만큼 지금 상황에서 추경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4차 추경을 주도했던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코로나19 시기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의견을 묻자 즉답을 피했다.
3대 개혁 실천, 경제 도약 가늠자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과 민간 주도 개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노동·교육·연금이 효율적으로 자리 잡아야 부가가치가 올라가고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며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전 부총리는 "현 정부는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규제 기능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해 시장 창출이 활성화하도록 규제는 혁파하되 공정한 시장을 위한 규칙을 만들고 관리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구조 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부침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가 우리 경제의 도약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초기 수출 주도에서 이후에는 중화학 중심으로, 그다음에는 개방화 시대에 맞는 전략으로 정책을 바꿨다"며 "현재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저출산이나 3대 개혁과 같은 내재적 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관료들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와 상황 변화에 맞춰 정책을 입안하고 수립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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