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 논의는 성급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토론회'를 열고,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쟁점과 향후 정책 방향을 두고 가사·돌봄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이날 발제에서 "가사인력으로 외국인을 활용하는 건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도입 방식에 대해선 해외 사례를 비롯해 국내 노동시장 상황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해외 사례를 도입하기 전, 국내 노동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노동시장 상황 파악 후, 제도 도입 논의"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황에 대한 고려와 함께 실질적인 (가사근로) 서비스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그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연구원은 싱가포르 사례도 들며 "저출생 극복이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도입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가사근로자법 시행이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6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다. 가사근로자도 최저임금, 연차 유급휴가, 4대보험 가입 등 보장되는 법적 근로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가사 근로자에 대한 처우 등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른 토론자인 강정향 숙명여대 객원교수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고용관리상 쟁점과 관련해 도입절차나 업무범위 등에 대해 우리(한국) 상황에 맞는 세심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보탰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일본은 이 제도를 2017년에 도입했는데, 2013년부터 (도입 관련)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가사 근로자 감소·고령화...내달 중 시범사업 계획 완성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정부 공인을 받은 업체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했다. 현재 중국 동포(조선족)·한국 영주권자 배우자·결혼이민 비자로 입국한 장기체류 외국인만 가사근로자로 취업할 수 있다.
또 한국인 가사 근로자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는 것도 정부가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한국인 가사 근로자는 2016년 기준 1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가사 근로자 59.0%는 60대다.
고용부는 내달 중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 사업 계획을 완성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가사근로를 하려고 하는 외국인을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을 허가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구체적인 도입 방식에 대해 해외 사례나 국내 노동시장 상황,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박종필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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