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 개선부터 특색 있는 한글 서체 개발까지 '배달의 민족'과 세상에 유쾌함과 즐거움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CCO. 통통 튀는 일들로 '괴짜'로 불리는 한명수 COO와 대화 나눴다.
저는 회사의 '때깔'을 담당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중요하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때깔이 없으면 아무도 몰라요.
-유니크한 회사라는 건 어떻게 알까.
광고든 제작물이든 건물의 공간이든 '때깔'을 통해서 그 안에 있는 생각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우아한형제들도 나름의 활동과 기업 철학이 있고 업무 프로세스가 있지만, 결국에는 때깔에 속하는 제작물들을 통해서 전달되는데 저는 그 느낌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하면 업무 만족도가 높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우아한형제들 팀원들이 업무 외적으로 밖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게 눈에 띈다.
A. 그런 걸 막지 않아요. 저희 개발자 분들도 강연을 하기도 하고 피플실에 있는 분들 '일터의 설계자들'이라는 책도 출간했어요. 비밀스럽게 출간하는 게 아니라 책을 쓰면서도 책을 쓰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회사의 일과 자신의 삶을 기록하면서 보여주기도 하고요. 회사 위에서 부터 흘러 온 건강한 문화라고 생각해요.
워라밸을 위해서 회사가 조성을 하죠. 회사는 일에 집중하고 성과를 내는 곳이지 워라밸을 맞추겠다고 하는 건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 자체가 흥미롭지 않거나 의미가 없을 때는 워라밸이 굉장히 중요하겠죠. 하지만 저희 회사에 많은 구성원들이 일 자체에 의미가 있어서 본인의 삶과 일에 균형점을 찾는다기 보다 나의 삶 가운데에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이 내 삶을 해치는 게 아니라 일 때문에 삶이 풍성해진 느낌이에요.
-많은 회사의 중역들이 가장 놓치고 있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실무자들의 일들과 거리가 멀거든요. 큰 것들에만 관심이 많죠. 제일 놓치고 있는 건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거기에 모든 정답이 있어요. 위에서 보고를 받아서 다 만들어진 결과물만 보고 판단을 하려고 하니까 오류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위에 있는 사람들이 밑바닥을 보면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보여요. 저도 관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밑에서 벌어지는 것을 느끼는 센스를 어떻게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관건 같아요.
퀄리티와 시간이요.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리소스요. 그 일을 하기 위해 했다가 까이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괴감에 빠지죠. 그래서 저는 '되풀이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를 생각하거든요. 그게 일을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의 문제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이 일을 할 때 절대 과정을 안 보여주고 결과물만 보여주는 습관이 있어요. 그게 오류의 시작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가 스스로 필터링 해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안에서는 완벽하다고 했지만 더 좋은 건 밑바닥에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데 자기가 했던 초기 디자인부터 공유를 하는 거예요.
이건 신뢰관계가 중요해요. 신뢰관계가 없으면 시안을 보여주지 않을테니까. 조직을 만들 때도 편안하고 믿음직한 관계를 만들고 자기의 약점을 노출하고 시안을 보여주면 동료들이 피드백을 줘요. 중간에 방향이 엇나갈 때 코멘트를 주겠죠.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느낀 좋은 회사는 뭔가.
회사가 뭐하는 곳 인가를 알아야 좋은 회사도 생기는데 회사는 어떠한 가치에 목표를 두고 사람이 모여서 생긴 위계질서의 집합이에요. 저는 좋은 회사란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성을 만들어내는 규칙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규칙은 위에 있는 한 사람이 만들어요. 그 사람이 어떤 규칙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거기 있는 사람들과 일의 가치는 달라져요. 좋은 회사는 훌륭한 리더가 사람들을 속이지 않고 투명하고 건강한 생각으로 정직하게 영리 추구를 할 수 있게 한 곳이에요. 오로지 CEO가 좋은 규칙을 만든 곳, 그리고 그 규칙이 못 만들었을 때 회사는 이상해져요. 우아한형제들의 규칙들을 보면 굉장히 잘 만들었고 그래서 좋은 문화들이 만들어졌어요. 덕분에 즐겁게 일할 수 있고요.
-영감을 얻기 위한 습관이 있나.
저는 뭘 안해요. 집에서 아이들과 떠들고 밥 먹고 자요. 아침에 수영하고 출근하고요. 지겨운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구성원들이 보고 느낀 걸 들으면서 배워요.
저보다 높은 사람이 있으면 주눅이 들었는데 근데 속한 곳을 나오면 자연인이 되는 거잖아요. 그걸 깨닫고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관계를 맺어요.
-사람으로서 한명수, CCO로서 한명수는 어떤 사람인가.
집에서는 아이들이 까부는 아빠라고 하고요. 회사에서는 자유롭고 까부는 것 같은데 가끔은 무섭다고 해요. 집에서도 아빠가 무서울 때가 있다고 듣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재미있고 신나고 유쾌하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일은 혼자서 못해요.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하는데 그 사람과 관계가 좋아야 일이 좋아져요. 같이 일을 하는 사람과 합을 맞추고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찾으면 행운이고 찾지 못하면 만들고 만들지 못하면 떠나야죠.
저도 일을 하기 전에 저 사람이 나랑 같이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요. 그리고 그전에 좋은 사람이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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