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반도체 제재 동참해라” vs 中 “양국 협력 위해 미국 요구 거부해야”
지난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직후 “마이크론 제품은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사이버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심각한 보안 위험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 중요 국가 안보시설 운영자들은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를 대상으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 것은 마이크론이 처음이며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파트너와 함께 대응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점유율을 차지하도록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 같은 미국 측 요구를 한국이 거절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미·중 간 반도체 무역 전쟁 사이에서 한국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내 수요 늘지만···난처한 한국 기업들
실제로 중국에서 마이크론 제품이 사용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는 수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게 되면 1분기에 주춤했던 실적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에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와 낸드플래시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 18.8%, SK하이닉스 30.4%에 달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앞서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지금 대비 5% 이내로만 늘릴 수 있게 제한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를 10%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제시한 첨단 반도체 기준 역시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 정계가 한국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대중 제재 동참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이 마이크론에 이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과 한국 반도체업계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중 관계를 모두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나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의 마이크론 보안 심사 영향으로 일부 서버디램 구매자들이 한국산을 구매하는 동향이 보고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향후 미국 정부 스탠스를 주시해야 할 필요성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중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주문량을 늘리고 있다는 얘기가 2분기 중에 계속 나오고 있었다"며 "미국이 한국에 마이크론 대체 물량을 팔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대체 물량과 신규 물량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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