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31일 북한이 시도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의 실패 소식을 잇달아 보도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6시29분께 남쪽 방향으로 발사체 1발을 발사했으나, 8시 5분께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낙하했다.
로이터는 “북한 국영 언론이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가 실패로 끝나 발사체 일부가 바다에 낙하했다고 밝혔다”며 “남한이 발사체 일부를 회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사는 핵보유국 북한의 6번째 위성 발사 시도이자, 2016년 이후 첫 시도”라며 “북한은 첫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조지 윌리엄 허버트 비확산연구센터 부교수의 말을 인용해 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가 액체 연료 로켓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번 시도를 포함해 1998년 이래 총 6번의 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2012년과 2016년에 광명성 3호와 4호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렸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 작동하는 위성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가디언 역시 궤도에 진입했던 2개의 위성이 보내는 신호가 독립적으로 감지되지 않은 점에 비춰,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전문가 다수는 이전 위성들이 이미지를 북한으로 전송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며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북한의 국영 언론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새 장치가 고해상도 이미지를 처리하고 전송하기에는 너무 작고 조잡하게 설계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춘근 한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을 인용해 한국이 북한 로켓의 일부나 위성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드문 기회라고 전했다. 이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로켓의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이른 시일 내 추가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AP통신 역시 이 명예연구위원을 인용해 북한이 3~5개의 정찰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반도를 감시할 수 있는 우주 기반 정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을 소개했다.
아울러 외신들은 서울시의 경계경보 오발령으로 인한 혼란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로이터는 서울 거주 여성(30대)의 “너무 당황했다. 119는 계속해서 통화 중이었고, 인터넷은 너무 느렸다”는 발언을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경계경보 체계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핵전문가인 안킷 판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실제 공격이 있을 때 경계 경보는 사람들을 피난처로 즉각 안내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잘못된 경보는 대중의 신뢰를 해치고 위기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확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예고된 일이었단 점에도 주목했다. 가디언은 “일반적으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사전 경고를 하지 않는 북한은 평화적인 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에 알리곤 한다”며 북한이 5월 31일부터 6월 11일 사이에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겠다고 알렸던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2019년 외교적 노력이 결렬된 후 북한은 여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포함해 금지 무기 실험을 통해 군사력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위성 개발을 국방 핵심 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고 했다.
B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선동·선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는 "(북한이) 우주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위성 임무가 성공하든 아니든 "북한은 우주 능력에 대한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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