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관계 악화' 노사정 간담회 이어 최저임금위 또 파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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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3-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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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한국노총 소속 최임위 근로자위원 체포

  • 한노총 "폭력 진압·연행"…1일 간담회 불참

  • 근로자위원들 "조속히 석방해야" 공동성명

'노사' 최저임금 놓고 기싸움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3.5.25
    kjhpress@yna.co.kr/2023-05-25 15: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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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정 관계가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1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한국노총 불참으로 끝내 열리지 못했다. 전날 발생한 한국노총 간부 체포 사건으로 한국노총 측이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소속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도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한국노총 체포 간부는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일로 예정된 최저임금위도 원활한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尹 정부 첫 노사정 간담회 결국 무산 

1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한국노총 불참으로 무산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일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연이어 자행된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는 노동 개혁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간담회를 추진 중이었다. 애초 지난달 26일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으나 한 차례 연기된 상태였다. 

간담회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한 건 전날 한국노총 소속 간부가 고공농성 도중 경찰에 강제 연행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7m 높이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고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경찰은 추락 위험이 있고 주변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김 사무처장 체포에 나섰다. 김 사무처장이 쇠 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저항하자 제압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같은 날 김 사무처장을 특수공무 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강제 연행된 김 사무처장은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까지 치료를 받고 있어 조사는 미뤄진 상태다.

포스코 하청 근로자 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29일 밤 고공농성탑을 설치하고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 강제 연행 하루 전엔 농성장 에어매트 설치 작업을 방해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정부와 대화를 모색하던 한국노총은 잇단 간부 체포에 대정부 투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날 김 위원장은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달리 보수 정권과도 대화를 이어온 한국노총마저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면서 노·정 관계는 한층 경색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찰, 민주노총 양회동씨 분향소 강제철거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이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2023.5.31
    jjaeck9@yna.co.kr/2023-05-31 2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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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이 기습 설치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씨 분향소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주일 앞둔 최저임금위 회의도 진통 예상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도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2024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는 오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 번째 회의를 열 예정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근로자위원은 모두 양대노총인 한국노총·민주노총 소속이다. 경찰이 전날 체포한 김 사무처장도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번 사건을 경찰의 불법 폭력으로 규정하고 공동 행동에 나서고 있다. 김 사무처장을 제외한 근로자위원 8명은 전날 긴급 공동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김 사무처장을 유치장에 가둬 두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조속히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앞으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비롯한 회의 파행 책임은 정부와 경찰에 있다"고 경고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미 한 차례 파행을 겪었다. 지난 4월 18일 첫 회의 당일 양대 노총이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 밑그림을 그린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교수)에 대해 사퇴를 요구한 데 맞서 공익위원들이 불참하면서 끝내 파행했다. 결국 첫 전원회의는 예년보다 늦은 5월 2일에야 열렸다.

다만 근로자위원 전원 불참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8일 최저임금위 참석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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