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할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떠오른 지방은행들이 특별법 제정과 인센티브 제공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지방은행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이 대형 은행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31일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10차 실무작업반을 개최하고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대해 안정적이며 실질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관련된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중을 개선하는 오는 7월부터는 지방은행이 더욱 유연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가계대출 등 분야에서 경쟁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방은행들은 어려운 영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방은행들이 지역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사회·경제 안전망 역할을 하는 만큼 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나 방치보다는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부여해 지방은행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을 지방은행으로 법제화하거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시 지방은행 거래 실적을 반영하거나 예금보험료·법인세율 인하, 지역민 예금 비과세 등 요건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개선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개선을 통한 평판 리스크 완화 △지방은행 혁신금융 활용 방안 검토 △지방자치단체·지방 공공기관 거래 비중 증대 등을 요청했다.
금융당국이나 민간 전문가들은 지방은행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법 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민간 전문가들은 지방은행들이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면서 지방은행 강점인 지역밀착형 관계형 금융도 비이자수익과 연계를 강화하고 디지털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지방은행처럼 지역상사를 추진하거나 지방 소상공인을 위한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등 넓게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개별 지방은행이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공동 대출 등과 같이 협업을 통한 공동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은행 공동사업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나 금융 안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는 한 금융당국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