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이날 회의에서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금융권에서는 회의적인 눈초리가 여전하다. 궁극적으로는 지방은행 활성화를 넘어 금융권 내 신규 플레이어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논의가 가시화할수록 한정된 수요에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제1차 실무작업반 논의를 진행하면서 △스몰 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은행업 추가 인가 △저축은행‧지방은행 전환 등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 한 낮아진 금융업 문턱만큼 부실 업체 난립에 따른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실현 가능한 신규 플레이어 진출 방식으로 '특화은행 설립'을 꼽고 있다. 실제 핀테크업계에서 금융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핀테크 업체인 한국신용데이터가 자영업자 전문은행 도전을 선언했다. 금융권은 해당 업체뿐 아니라 특화은행 진출을 노리는 업체들이 산재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글로벌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증이 필요한 플레이어들에 대해 진입 장벽을 낮춰주면 자칫 '무리한 혁신'으로 끝맺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당국이 SVB 파산 전 대표적 특화은행 모델로 실리콘밸리은행을 꼽은 바 있어 당국이 그간 구상한 플레이어 활성화 논의 동력이 작지 않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점유 체제가 비슷한 국내 알뜰폰 시장이 부진한 것을 사례로 꼽고 있다. 알뜰폰 시장은 통신 3사 자회사 5곳과 금융권 알뜰폰 2곳 등 이른바 대형 알뜰폰 업체들이 약 56%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40개가 넘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40% 초반대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정적 내수시장에서 중소형 업체들 간 출혈 경쟁이 지속되며 사업을 접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인수합병(M&A) 등 '호스트 알뜰폰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나옴으로써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은행권 경쟁력 강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시중은행권이 상당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금리 인상에 따른 과점 체제가 뒤집힐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소유 규제 완화 등 시중은행 이외 플레이어들이 자본 확충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서 건전성에 기반한 자유로운 자산 운용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도 "천편일률적으로 은행 영업구역을 넓혀 시중은행화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며 "특히 현재 당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논의에선 지역은행 설립 이유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것 같다. 지역 자금이 해당 지역에 투자돼 다시 지역 은행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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