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입법예고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에 대해 검찰이 강력한 반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각계각층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법원 측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영장전담판사의 의문이나 모호성이 해소된 상태에서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압수수색 정보는 수사의 밀행성 측면에서 절대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를 놓고 벌어진 법원과 검찰 간의 갈등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수사기관에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 판사가 사전에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대법원은 곧바로 개정안을 적용하려고 했지만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는 등 검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법조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압색영장 발부율 91%…'영장 자판기' 비판 해소할 수 있어"
이날 토론에서 장재원 대구지법 김천지원 부장판사는 전자정보 압수수색으로 인한 시민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장 부장판사는 "압수수색영장 청구와 관련해 의문이 있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더라도 현행 제도 아래에서 영장전담판사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하는 선택지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는 범죄 혐의 입증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무관 정보까지 압수되거나 수사 필요성이나 범죄 관련성에 비해 과도한 기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도 도입을 통해) 근래에 많은 논란이 있는 전자정보 등에 대해 사전에 선별 압수하는 효과가 기대될 뿐만 아니라 무관 정보 압수에 대해 사전에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재의 압수수색 관행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기준 91%에 이르는 압수수색영장 발부율로 '영장 자판기' '과도한 K압수수색'이란 비판이 뒤따른다"며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판사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아 연대효과나 동조효과로 영장 발부를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기밀 노출 간과한 제도…법원의 '수사 기관화' 논란만"
이 같은 지적에 검찰은 수사 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문혁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는 "피혐의자를 특정하기 위한 단순 영장을 제외하면 주거지나 휴대폰 등 민감한 압수수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데, 단순 통계만으로 강제수사가 증가한 것이라 해석할 수 없다"며 "사전심문 제도가 사생활 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인지 수사 실무자 입장에서 의구심이 든다"고 반박했다.이어 그는 압수수색 실시 여부는 중요한 '수사기밀'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부장검사는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 과정에 제보자가 참여한다면 압수수색 실시 여부를 제보자가 알게 되고, 제보자가 다시 피의자에게 접근해 수사기밀을 이용해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에 나설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사전 심문을 실시할 경우 그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경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제도의 도입으로 형평성 시비, 증거인멸 우려는 커지지만, 영장 발부율이 감소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오히려 자칫 법원의 수사 기관화와 중립성 침해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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