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등 빚을 갚지 못해 담보로 제공한 빌라·아파트 등 집합건물이 경매로 나오는 사례가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변수로 지목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깡통전세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3542건으로 전월(3007건) 대비 1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3월에 3603건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 채권자가 담보로 받아둔 부동산을 경매로 넘겨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인 지난해 초에 임의경매 신청 수는 2000건 안팎에 불과했으나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부동산 거래절벽 등이 이어지면서 신청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3월엔 3000건을 돌파했다.
특히 부산에서는 지난 5월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522건으로 전달(204건)에 비해 318건이나 늘어나며 큰 폭 증가세를 보였다. 부산 사상구(11건→92건)와 부산진구(67건→123건) 등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들 지역은 이른바 '서면 빌라사기꾼'이 활개하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곳이다.
집합건물 강제경매 신청 건수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월 2173건으로 올해 들어 처음 2000건을 넘었다. 전달(1780건)과 비교하면 400건가량 늘어난 수치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소송 등을 통해 판결문을 확보한 후 법원에 신청하는 경매로, 담보가 없는 개인 간 금전거래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역전세가 발생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가 소송을 걸어 해당 주택을 강제경매로 넘길 수 있다.
전세 시세가 하락해 역전세 우려가 역대급으로 높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경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4월 기준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 가격보다 큰 주택)에 해당하는 주택 36.7%는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고 36.2%는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2021~2022년 초반이 가장 전셋값이 높았던 시기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며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집주인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경매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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