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식과 함께 안전을 배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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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근 경기서부지사 안전보건1부장
입력 2023-06-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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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희근 안전보건1부장 

지난 3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배달문화에 너무 빠져버렸다. 자장면, 치킨, 커피, 햄버거 등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쉽게 배달앱을 눌러 버린다. 

그런데 맛있게 조리된 음식이 우리집에 도착하는 일련의 과정속에 누군가의 수고가, 누군가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지난해 우리지역 이륜차 사고 재해자는 465명으로 2021년 398명에서 67명이 증가하였으며, 또한 사망자도 1명이 발생했다. 2020년 대비, 2022년도엔 재해자가 60%나 급증하고 있어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가 재해에 노출될 확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사진=안전보건공단 경기서부지사]

한번에 1000원 ~ 4000원의 배달료를 받고(그 중에 일부는 플랫폼사업자에게 가겠지만),  오늘도 라이더들은 안전보다 배달료를 위해 정신없이 이륜차를 운전한다.

가끔은 신호도 위반하고, 가끔은 차도가 아닌 인도를 달리고, 가끔은 빗길에 과속도 하고, 가끔은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 사이를 지그재그 곡예운전을 하면서, 가끔은 다른 라이더들과 경쟁적으로 달리면서 배달에 열중한다.

[어느 라이더의 독백] 
`돈을 따라 열심히 살다보니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과하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에 배달 라이더, 오로지 나 혼자만 있는 것 같다. 차들도 다 비켜주고, 사람들도 뒷걸음쳐 피해준다. 어떤 때는 신호등도 피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아뿔사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 같았는데 왜 나는 사거리 한가운데 누워 있는 것일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난 참 열심히 살았는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는데. 가끔은 신호위반도, 속도위반도 하고, 차도가 아닌 인도도 다니고, 다른 라이더들 보다 조금 먼저 가긴 했지만 뭐, 그게 대수라고? 

아니었다.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난 그저 세상의 일부였던 것이다. 세상에는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난 그걸 간과했다. 잊어버렸다. 아니 일부러 잊어버리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와 후회한들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그리고 지금 사거리 한복판에 누워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아, 후회된다.

조금 천천히 가고, 신호도 지키고, 사람들을 피해 차도로 다니고, 다른 라이더들보다 늦지만, 안전하게 배달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봤으면 어떨까?’

맛있는 음식과 함께 라이더의 안전이 배달된다면, 라이더의 독백은 사거리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위의 슬픈 독백이 아니라, 가족과 그리고 친구와 함께하는 웃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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