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장인(匠人)의 손과 발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한다.
뒤편에선 무용수들이 장인의 도예 공정을 현대무용 춤사위로 표현했다.
“도자기를 빚으며 한평생을 살아온 장인의 집념의 세월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감흥과 여운이 가슴 깊이 남아있습니다”
1막의 ‘흙의 춤’ 무대의 주인공은 국내 유일한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沙器匠) 보유자 김정옥(82) 장인으로 현재 경북 문경에서 9대째 도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기장이란 조선 왕실이 사용했던 그릇을 제작하던 장인을 일컫는다.
백산 김정옥 선생은 영조 때부터 300년 동안 대를 끊기지 않고 백자 기법을 전승해온 ‘영남요 7대 명장’이다.
이번 공연에선 아들 김경식(사기장 전승교육사)과 손자 김지훈(사기장 이수자) 등 3대가 함께 그릇을 빚어냈다.
9대째 이어지는 영남요 장인들은 발 물레를 고집하는데 이는 대를 이어 손과 발에 축적된 무형의 기예를 그대로 전수하기 위해서다.
김정옥 선생의 ‘영남요’는 손수 그릇을 빚고 전통 장작 가마인 망댕이 가마를 사용해 조선 영조시대부터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국내 유일의 9대 도예 가문이다.
영남요 장인 3대가 찻사발과 달항아리를 빚어내는 동안 무대 뒤쪽에선 안무가 김용걸과 무용수들이 도예 만드는 과정을 몸으로 형상화했다.
황톳빛으로 휘감은 춤꾼들은 크고 작은 동작으로 모이거나 흩어지며 무형의 흙덩어리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 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팽이처럼 빙빙 도는 발레의 ‘피루엣’ 동작은 쉼 없이 돌아가는 물레와 닮았다.
안무가 김용걸은 “장인들의 공예 작업을 더욱 부각하려고 동작과 구성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서울공연에 이어 오는 9월 26일엔 ‘장인(마이스터·Meister)정신’의 나라 독일 베를린 무대에도 올린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김희정 상명대 교수는 “김정옥 사기장이 들려준 흙 이기는 소리와 물레 소리를 통해 공연의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독일 등 유럽 공연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1부 사기장을 주제로 한 ‘흙의 춤’ 공연이 끝나자 700명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탄성과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우리고장에서 백산 선생이 지켜낸 도예 가문의 역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아들과 손자에 의해 써내려 가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동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며 “9월 독일공연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300년 도예가문이 문경에서 계승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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