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창과 방패, '포렌식' 下]로펌도 '안티포렌식' 강화…미래 먹거리 선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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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6-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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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 로펌이 디지털 포렌식 전문팀을 확대·개편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관련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정기관의 디지털 수사 고도화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포렌식 기법 활용, 영업비밀 유출·특허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포렌식 수요와 관련 법적 자문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로펌들의 디지털 포렌식 자문 활용도는 향후에도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렌식 역량 강화 위한 국가기관 입찰에...로펌도 ‘안티포렌식’ 자문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로펌들이 디지털 포렌식과 관련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안티포렌식이다. 사정기관이 디지털 포렌식 수사 역량을 강화하면서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국방부 검찰단과 대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이 디지털 포렌식과 관련해 소프트웨어 갱신과 장비 구매, 수사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입찰에 대거 나선 상태다.
 
대검찰청은 관련 제안서에서 “안티포렌식 기법과 고급 은폐기술이 등장하고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새롭게 나와 수사 업무 난이도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포렌식 조직을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티포렌식은 데이터를 수차례 덮어 정보를 변형시키거나 포렌식 도구가 수사상 단서를 탐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장동 개발 비리’ 등 주요 형사사건에서도 이미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이나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하는 디가우징 기법을 활용한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로펌 자문의 경우, 증거인멸 등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주로 기업 등 고객의 민감한 내부 자료에 대한 포렌식 접근을 사전 예방하도록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기술유출 확인이나 기업 내부 조사를 위한 적극적인 포렌식 활용도 많지만 로펌의 포렌식 활용은 수사기관의 디지털 포렌식과는 목적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고객이 사전에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문이 다수인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로펌들은 자체 포렌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 장비와 인력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등은 사내 디지털 포렌식 팀에 렐러티비티(Relativity) 등 첨단 포렌식 분석기구와 장비를 도입해 활용 중이다. 광장도 디지털 증거를 빠르게 분석·현출하기 위해 엑스 웨이즈(X-ways)와 포렌식 분석 소프트웨어 엑시움(Axiom), 인텔라(Intella) 등의 주요 디지털 포렌식 조사 플랫폼과 분석 도구를 구비하고 있다. 

별도로 전문인력 수혈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율촌은 지난달 개설한 토큰증권 태스크포스(TF)에 서울지방경찰청의 디지털 포렌식 팀장 출신을 전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세종 역시 최근 KPMG 뉴욕사무소와 삼정KPMG 등에서 근무하며, 25년간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에드워드 문 고문을 영입한 바 있다.
 
기술유출 대응팀도 강화...“‘자동차 포렌식’ 활용도 높아질 것”
로펌들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술유출과 관련 민형사 분쟁 대응을 위한 전문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앤장과 태평양은 각기 ‘영업비밀·기업정보보호그룹’과 ‘글로벌 IP 분쟁대응팀’ 등 기업의 영업비밀과 기술유출에 전문 대응하는 부서를 확대 개편하고, 다양한 기업군을 상대로 자문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광장은 120여 명 규모의 '영업비밀·기술유출 분쟁대응팀'을 두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기업 등의 영업비밀 분쟁 사건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율촌 역시 최근 사내 디지털 포렌식센터를 확대하고 기술유출 및 영업비밀 침해 대응팀의 인력을 추가로 확충한 바 있다. 법무법인 바른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기업 자문을 넘어 전문적인 기술 유출을 전담하는 산업 기술유출 대응센터를 확대 신설했다.
 
천성덕 한국포렌식학회 총무이사는 “수사기관과 공공기관에서 포렌식 역량을 강화하면 로펌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공기관의 포렌식 결과에 따라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특허 분쟁에서도 포렌식 대응이 중요해졌고 당연히 이에 대한 로펌과 민간의 대응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차량 급발진 사고 등에서 활용되는 ‘자동차 포렌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PC 하드웨어 외 기타 장비에 대한 포렌식 활용 기술인 임베디드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포렌식 전문 변호사는 “블랙박스 메모리, 전자제어장치(ECU)와 사고기록장치(EDR)는 물론 최근에는 반자율주행 차량 등 자동차의 디지털화로 다양한 ADAS(첨단운전자보조장치)에 대한 포렌식 조사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증가하고 있는 급발진 의심 사고에 비춰 볼 때 자동차 포렌식 기술은 향후 다방면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례는 766건에 달한다. 최성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형사 사건뿐만 아니라 향후 민사 분쟁에서도 자동차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일례로 미국의 경우 테슬라 차량의 교통사고 외에 자율주행차의 주행 기술을 경쟁사가 차용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일반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차량 내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조사하고, 무결성의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복구하는 활용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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