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들에 대해 향후 연체 가능성을 파악할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더해 신규 대출 발생 여부 등 유량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연구원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 요인을 분석한 ‘신규 대출 발생 여부가 연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11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신용 연체 차주는 연체에 진입하기 3개월 전부터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신규 대출 발생이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제도권 금융에서 신규 대출이 발생한 차주 비중은 월평균 14.1%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체 차주는 연체 4개월 전까지는 이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3개월 전부터 매월 12.0%, 9.3%, 5.9%로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추세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인 2016~2020년과 상승 추세를 보인 2021~2022년 모두 강건성 있게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이 진행한 실증분석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증분석 결과 3개월간 새로운 대출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은 차주는 같은 기간 신규 대출이 발생한 차주보다 연체에 진입할 확률이 65%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점, 추정소득, DSR 등 유사한 특성을 지닌 차주들 중 ‘3개월 내 신규 대출 여부’만 다른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역시 새로운 대출이 없는 차주의 연체 확률이 44%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최근 3개월간 신규 대출이 발생한 차주의 평균 DSR은 46.7%로 3개월 전 대비 4%포인트 상승했고 신규 대출이 없는 차주의 DSR은 32.6%로 같은 기간 1%포인트 하락했다. DSR과 연체율 간 양의 상관관계만을 고려하면 신규 대출이 발생하지 않은 차주의 연체 가능성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오 위원은 “이는 차주에 대해 제도권 금융 이용을 제한하면 3개월 이내에 연체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또 그동안 소득보다는 새로운 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해 온 차주가 상당 수준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상환유예·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되면 추가 대출이 어려운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만기연장이 종료되는 차주는 만기가 도래하면 상환 부담이 분할 상환보다 커 연체율이 즉각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오 위원은 분석했다.
오 위원은 “연구 결과 새로운 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해 온 차주는 신규 대출 제한 시 DSR이 감소하면서 연체에 이르는 경향을 보였다”며 “따라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 부담과 연체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상환 양상, 신규 대출 발생 여부, 만기 도래 분포 등 유량적 요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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