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짓점인가 강세장의 시작인가.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오름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월가의 증시 전망이 엇갈린다. 인공지능(AI) ‘붐’과 금리 인상 ‘보류’ 기대감을 타고 기술주가 시장 전반을 밀어 올릴 것이란 낙관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을 기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란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애플·오라클 사상 최고가
12일(미 동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4338.93, 1만3461.92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애플, 테슬라, 오라클 등 기술주 강세가 지수를 밀어 올렸다. 미 빅테크 기업 애플의 주가는 이날 1.56% 상승한 183.79달러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AI 붐을 타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날 오라클의 주가는 5.99%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116.43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장 마감 후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도 3.6% 더 올랐다.
오라클 주가 급등에 창업자 랠리 엘리슨(78) 회장의 재산은 1298억 달러(167조원)를 기록하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재산을 뛰어넘었다.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12거래일 연속으로 오르며 나스닥에 상장한 이래 역대 최장 기간 상승 행진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보류 기대감도 주식 시장을 부양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0.4%에 달했다. 지난해 3월 이후 금리를 10회 연속 올린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 페달이 조만간 멈출 것이란 기대감에 투자 심리가 달아올랐다.
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던 CPI는 지난 4월 4.9%로 상승 속도가 둔화됐다. 아울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4.1%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점도 정책 금리 동결 관측을 키웠다.
골드만 "상승세 계속" VS 모건 "금리 동결에 랠리 마침표"
10월 저점 대비 10% 넘게 상승하며 지난주 강세장에 진입한 S&P500지수가 계속 오름세를 보이자, 월가는 엇갈린 증시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S&P500 연말 전망치를 기존 4000에서 4500으로 상향 조정하며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기술주의 상승세를 다른 업종이 따라잡으면서 랠리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주식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이 이끄는 전략팀은 “1980년 이래 과거에도 현재처럼 등락 폭이 급격하게 좁혀진 후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이은 추가 상승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1980년 이후 이런 흐름이 9차례나 나타났으며, 이후 다른 종목들의 상승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도 S&P500의 연말 목표가를 상향했다. BofA의 투자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1950년대 이후 주식 시장을 분석한 결과 강세장이 확인된 후 약 12개월 동안 지수가 92%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 공식적으로 강세장에 진입한 S&P500이 앞으로 1년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올해 주식 시장이 1940년대의 약세장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봤다. 1940년대에는 S&P500이 24% 오른 뒤 신저점까지 고꾸라졌었다. 모건스탠리의 미국 주식 담당 총괄인 마이클 윌슨은 “많은 이들이 약세장이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우리는 올해 수익 전망을 감안할 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투자 노트를 통해 밝혔다. 윌슨은 지난해 주식 폭락을 정확하게 예측해, 기관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윌슨은 연준의 금리 동결이 ‘아이러니하게’도 랠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봤다. 유동성 긴축으로 S&P500 지수가 올해 16% 하락한 후 내년에 급격한 회복세를 기록할 것이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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