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제약·바이오업계 글로벌 임상시험 등을 지원하기 위해 내건 5000억원 규모 K-바이오 백신펀드 결성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8월 K-바이오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펀드는 복지부와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두 운용사에 1000억원씩 출자하고 각각 1500억원을 민간 자본시장에서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 투자심리 위축으로 제시한 기한 내 자금 모집에 실패하며 당초 올해 초 예정됐던 결성 기한이 이달 말까지 연장됐다. 정부 펀드 출자 사업에서 결성 시한을 한 차례 연장하는 사례는 많지만 추가로 더 연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2년 국내외 바이오벤처 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유럽은 가장 크게 감소해 2021년 대비 53.5% 급감했다. 이어 미국에서 22.8% 감소했고 아시아·태평양에서도 12.3% 감소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개한 벤처캐피털의 지난해 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 금액은 1조1058억원으로 2021년 1조6770억원 대비 34.1% 줄었다.
특히 기술력 하나만으로 버텨온 영세한 바이오 기업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뉴지랩파마와 에스디생명공학은 전환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해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뉴지랩파마는 전환사채 원리금이 자기자본 대비 약 20%, 에스디생명공학은 약 13%에 달한다.
이 밖에도 셀리버리, 제넨바이오 등은 자금난으로 올해 초 상장폐기 위기를 겪었으며 큐라티스와 프로테옴텍은 낮은 실적으로 인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개발은 통상 투자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로선 고금리 등 여파로 자금이 부족해 기업들이 개발을 이어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펀드 목표 금액이 모이지 않아도 일단 모인 자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펀드를 조성해 기술력 있는 유망 기업들이 돈줄이 막혀 위기 상황에 놓이는 불상사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복지부가 펀드 출자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펀드 조성이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는 데다 2025년까지 펀드 조성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펀드 조성을 위해 운용사에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복지부 차원에서도 최대한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면서도 “출자 비율 조정이 아니라 투자시장 위축 등을 고려해 조성 목표액은 유지하되 우선 투자를 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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