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혐의 전면 부인..."이재명 당선 도왔지만, 비선실세 아냐"

김인섭 측 "정바울과 동업, 알선 아냐"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서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4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친분을 이용해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한 민간업자의 청탁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대표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의 청탁을 받아 성남시의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과정에 정 대표 의견이 반영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로 현금 77억원 및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김 전 대표가 2004년부터 이 대표의 당내 경선 및 선거를 지원하면서 친분을 쌓고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부터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정 대표의 백현동 개발사업 요구를 청탁·알선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이어 검찰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에 관해 주거용도 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으나 김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후 성남시가 준주거지역 용도 변경을 결정하게 됐고, 정 대표의 요구도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는 2014년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성남시에 2단계 부지용도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지만, 이듬해 1월 김 전 대표를 영입한 뒤 사업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4단계 용도 상향을 승인하고 높이 50m 규모의 옹벽 설치를 허가했고, 아시아디벨로퍼는 3000억원대 분양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대표 측은 "전체 공소사실의 취지는 인허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진상에게 용도변경, 비율확대 등을 청탁해 사업이 진행돼 77억원을 수수했다는 것인데 모두 부인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정 대표와의 '동업관계'로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관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대표는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하고 공소장하고 차이가 많이 난다"며 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이재명 선거 활동에 참여한 건 사실이나 김 전 대표가 관계나 인맥을 이용해 성남시 비선실세로 통했다는 점을 부인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정 대표에게 받은 현금 77억 및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에 대해서도 알선 대가가 아닌 동업에 따른 정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동업 관계에 대한 내용과 근거가 빠져있다"며 "정바울과 피고인의 동업 내용이 무엇인지, 그에 따라 투자·정산·비용 부담은 어떻게 합의한 건지 등 동업 관계 실체 내용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3일을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향후 재판 및 증인신문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