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제 도입 이후 횡령·배임 발생 건수가 추세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도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기업의 주장과 대비되는 결과다. 다만 시행 이후 기업의 이행부담이 급증한 것도 사실인 만큼 개선안 마련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수준 상향이 기업 내 횡령·배임 통제에 효과적이었는지 평가하고 이행부담 완화 및 실효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한 2019년 이후 자본시장 전반의 횡령·배임 건수는 추세적으로 하락 전환했다"며 "인증수준 상향시 횡령·배임 확률은 각각 0.84%포인트(p), 1.04%p 감소해 유의적인 수준을 보였다. 부정금액도 평균적으로 1986만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무화는 시행 초기부터 현재까지 실효성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문제였다. 회계업계에서는 제도 시행이 기업의 내부통제를 고도화, 부정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기업 측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구축과 운영, 감사 과정 전반에 필요한 비용 대비 실질적 효익이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제도의 실효성은 입증됐지만 기업의 이행부담 완화는 과제로 제기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과 운영, 감사를 위한 이행부담이 급증한 것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인증수준 상향으로 기업당 감사보수는 평균 2억1000만원 증가했다"며 "제도의 효과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실효적 안착을 위한 합리적 개선안 마련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부정 동기를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방향으로 사법·행정제도 전반의 포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에 일시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한시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성도 있다"며 "효율적인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은 기업의 회계 및 세무 투명성과도 직결돼 정부의 세수 확보 및 징세비용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효성 보완 방안으로는 고액의 횡령사건에 대한 양형기준 세분화와 피해액의 추징 집행력 제고, 내부고발 인센티브 확대 등이 제시됐다.
이 연구원은 "해외 입법례 등을 참조해 양형기준의 세분화·계량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은 고액의 횡령에 대해서도 피해 손실액에 따라 세분화한 양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형량의 비례적 증가, 범죄 전과 및 피해자 수와 피해위협의 정도에 따라 적용 단계를 가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횡령 재산의 신속한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범죄수익 몰수·추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법 위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습득한 재산과 법 위반을 통해 설립·운영한 단체가 얻은 이익 등도 몰수대상에 포함시키고 유죄입증이나 공범입증이 용이하도록 '착수동의' 수준의 증명이 있는 경우 유죄로 하거나 공범으로 볼 수 있도록 개정해 법적용의 강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고발 인센티브 확대와 관련해서는 고액 부정 사태에 대해 내부고발 유인이 확대될 수 있도록 금전 보상의 비례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은 회계부정에 대한 내부고발로 회사에 100만 달러(약 12억7348만원)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 과징금의 10~30%를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제도 시행 이후 회계부정 발생 가능성이 12~22% 가량 감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내부고발 유인을 지속 강화해왔으나 현행 보상의 최고한도는 20억원에 불과하다"며 "내부고발 포상금을 과징금에 비례 적용해 고액 부정 사태의 내부고발 유인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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