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제출한 휴대전화 속 또다른 피해 증거…대법 "압수 조서 없어도 유효"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남가언 기자
입력 2023-06-14 08: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법경찰관이 압수 조서 없이 임의로 제출 받은 휴대전화에서 관련성이 높은 추가 범죄 증거를 발견했고, 이를 압수했더라도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그 경위와 취지를 기재했다면 압수물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이씨는 피해 여성 A씨의 고소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조사 당시 이씨는 휴대전화를 보여달라는 경찰관 요청에 따라 사진첩을 보여줬다. 

사진첩을 살펴보던 경찰은 이씨 휴대전화에 A씨 외에 피해자가 2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휴대전화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휴대전화 제출은 거부하고 사진첩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파일만 제출했다. 

1심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6월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했다.

하지만 2심은 "사법경찰관이 압수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며 A씨에 대한 범죄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임의제출된 증거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압수조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2심 재판부는 경찰이 이같은 압수조서 작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이씨가 동영상을 제출하고 검사에게도 "동영상 복제에 동의했다"고 진술한 점, 불법 촬영 범죄의 특성상 다른 피해자에 대한 촬영물은 수사 대상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로 쓰일 수 있는 관련 전자정보로서 압수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여다봤다.

대법원은 "사법경찰관에게 압수조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사후적으로 압수절차의 적법성을 심사·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압수 취지를 기재해 갈음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압수절차의 적법성 심사 기능 등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촬영물을 제시하고 이씨가 촬영 일시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므로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전자정보 압수목록이 교부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압수는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압수 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