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부당 내부거래 '벌떼 입찰'…과징금 608억 '철퇴'

페이퍼컴퍼니로 택지 낙찰…장·차남에게 혜택 몰아줘

[사진=호반건설]

경쟁당국이 이른바 '벌떼입찰'로 동일인 2세에게 부당지원을 한 호반건설에 대해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608억원(잠정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및 분양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다. 이 사건 지원행위도 모두 공공택지 시행‧시공사업과 관련된다. 

전체적인 지원구조는 동일인 김상열이 지배하는 회사 호반건설이 장남 김대헌 소유의 호반건설주택과 그 완전자회사를, 차남 김민성 소유의 호반산업과 그 완전자회사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 사건 주요 행위가 이루어진 2013년 말~2015년은 우수한 사업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시기였다. 당시 공공택지는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시키는 벌떼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2세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2세 회사를 지원했다. 공공택지 추첨입찰에 참가하는 각 회사는 수십억원 규모의 입찰신청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2세 회사의 입찰 참가에 필요한 입찰신청금을 호반건설이 무상으로 대신 납부해 준 것이다.

호반건설은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2세 회사에게 대규모로 양도하기도 했다. 

양도된 공공택지는 벌떼입찰 등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 확보한 택지로, 모두 호반건설의 사업성 검토 결과 큰 이익이 예상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반건설은 향후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할 이익을 2세 회사에게 귀속시킬 목적으로 공공택지를 양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분양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이 발생했다.

호반건설은 2세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PF대출 총 2조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하기도 했다. 2세 회사들은 자체 신용으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호반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공공택지 사업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호반건설은 2세 회사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이 종합건설업 등 면허를 새로 취득해 공사 자격을 갖추게 되자 자신이 이미 수행하고 있던 공동주택 건설공사를 중도 타절하고 이를 2세 회사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공사대금 936억원 규모의 시공 사업기회를 2세 회사들에게 제공했다.

이 지원행위로 2세 회사들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 종합건설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된 것이다.

특히 장남 김대헌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기간 동안 호반건설의 규모를 넘어서며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8년 12월 호반건설에게 피합병될 당시 합병비율을 1:5.89로 평가받아 장남 김대헌이 합병 후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해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는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가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으며, 향후 사업역량을 갖춘 실수요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되는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