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후 철회 못하는 이동통신사 약관…대법 "소비자 청약철회권 부당하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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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6-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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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22.05.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소비자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동통신사 계약 해지 약관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5일 한국소비자연맹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비자권익침해행위 금지·중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방문판매법과 전자상거래법은 인터넷·홈쇼핑·전화권유 등의 통로로 구매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일정 기간 청약철회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동통신사가 이러한 소비자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또 팩스나 우편으로 해지신청을 하는 경우 해지 신청한 뒤 14일 내에 신분증 사본 등을 제출하지 않으면 정지된 서비스를 복구시키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법원은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팩스, 우편으로 이동통신서비스 계약 해지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그 의사표시의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인 피고가 신분증 사본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게 소비자의 해지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계약을 유지시키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약철회권 행사 제한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서비스는 시시각각 제공되고 이용되므로 매 순간 일정한 가치를 가지고 그 순간이 지나버리면 그에 해당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사용 가치는 소멸하게 된다"며 "회선이 개통된 이상 이동통신서비스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해 소비자는 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읜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가 사용 또는 소비돼 소멸했다 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제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약철회권의 제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및 그러한 제한 사유 해당 사실에 대한 표시의무를 다했는지는 사업자가 모두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같은 단체가 KT를 상대로 낸 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KT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단말기를 함께 구매하는 경우, 소비자들은 약정기간 내에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단말기 지원금이나 할인반환금 등의 위약금을 납부하게 돼 있다. 소비자연맹은 이 부분이 부분이 부당한 청약철회권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이 청약 철회된다 하더라도 별개의 계약인 단말기 구매계약의 청약 철회가 인정되지 않아 그 부분 계약이 존속하는 이상, 소비자에게는 단말기지원금 등의 위약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KT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단말기 구매계약을 그대로 둔 채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에 대해서만 청약철회권의 행사가 이뤄지면 소비자는 단말기지원금 등의 지급 조건을 어긴 것이 돼 단말기지원금 등을 반환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로서는 단말기지원금 등의 반환을 감수하고서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철회하는 것에 주저하게 될 것이므로, 사실상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라 회선이 개통되기는 했지만 소비자가 아직 단말기를 배송조차 받지 않은 때나 배송 받은 단말기의 포장을 개봉하지 않은 때 등의 경우까지 청약철회권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며 "단말기 구매계약의 특수성을 반영한 청약 철회 제한 사유가 약관 등에 기재돼 단말기 구매계약과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함께 체결한 소비자가 이를 숙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지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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