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수출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수출·무역 관련 기관들이 우수(A) 등급을 받았지만 중대재해 발생 및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 대한석탄공사, 강원랜드는 미흡(D) 등급을 받으며 기관장 경고 조치가 이뤄졌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기관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기관장 임명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난 정부 인사에 대한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양호(B) 등급을 받았던 코트라와 무보는 각각 한 단계씩 등급이 상향되며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이들 기관의 기관장은 모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기업의 수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무보는 이번 정부 국정과제인 직무급 도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보는 총보수 대비 직무급 비중을 약 32%까지 늘리면서 올 4월 기재부가 선정한 직무급 운영 우수 기관으로 꼽힌 바 있다.
이번 평가에서 강원랜드는 미흡(D) 등급을 받으며 기관장 경고 조치 처분을 받았다.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도박 중독 문제를 비롯해 강원도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폐광기금 문제 등으로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점수를 받지 못한 결과다.
대한석탄공사에도 기관장 경고조치가 내려졌다. 수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까지 발생한 탓이다.
올해 평가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5개 기관에 대한 기관장 해임 건의 조치가 결정됐다. 해당 기관은 △건강증진개발원 △건설기계안전관리원 △보훈복지의료공단 △소방산업기술원 △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며 모두 지난 정부에서 기관장이 임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은 12개 기관 중 11개 기관이 모두 지난 정부에서 기관장 임명이 이뤄진 곳으로, 사실상 경영평가를 통해 이들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을 넣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이번 경평에서 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 새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을 구분해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공정한 평가기준에 따라서 평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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