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에 주춤한 K-반도체…메모리 점유율 하락 우려, 파운드리 시장은 요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수지 기자
입력 2023-06-19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중국 메모리 반도체, 작년 판매 14.3%↑…하반기 키옥시아·WDC 합병 초긴장

K-반도체의 입지가 총체적인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미·중 정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에 따른 통상 마찰 등 국제정치적 이슈에 얽힌 것은 물론 초격차를 유지했던 메모리 시장에서조차 향후 시장 재편에 따른 경쟁사의 추격이 예상되면서다. 미·중 사이에서 정치적 부담으로 운신의 폭이 작아지자 자칫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도체 시장은 과거보다 예측이 어려워졌다. 각종 변수가 난립하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다. 그 가운데 K-반도체는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오히려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전반적인 K-반도체의 초격차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삼성·SK, 40% 수출하는 中 시장…자급자족 ‘쑥쑥’, 마이크론 대체할까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반도체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K-반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 향상에 따른 자급자족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판매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 내 자국 기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을 저점으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판매액이 지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엔 6282억 위안(약 11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2021년의 증가율 7.2%의 2배 수준이다.
 
특히 한국 기업에 중국 반도체의 성장에 따른 영향이 큰 이유는 중국향 매출에 있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40.3%로 절반 가까이 된다. 이에 중국의 기술 자립이 이뤄질수록 한국 기업의 매출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메모리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매출 감소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중국 정부의 제품 구매 금지에 따른 마이크론의 부재는 중국 기업의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미 중국의 맹추격으로 기술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적층 기술이 핵심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232단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 최고층은 SK하이닉스의 238단 기술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규모의 경제’ 중요한 메모리…낸드서 ‘덩치’ 밀릴라 노심초사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따른 재편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당초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벌리며 1위를 유지하고, 4개 반도체 기업이 뒤를 따라가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C)이 합병하게 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이다. 지난 4월 삼성전자가 공급과잉에도 감산을 뒤늦게 선언한 이유도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였다. 실제 과거 메모리 시장은 2008년을 전후로 출혈 경쟁에 따른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로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을 완료하면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키옥시아(21.5%)와 웨스턴디지털(15.2%)은 각각 2, 4위로 총 36.7%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34.0%를 앞지르는 수준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통용되는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양사의 합병은 향후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SK하이닉스 역시 양사의 합병은 위협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고, 아직 2단계 인수 절차가 남았다. 2025년까지 추가 대금 20억 달러를 납부할 예정인데,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을 합쳐도 15.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M&A로 몸집을 키우고자 했지만, 오히려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시장에서 3위로 밀려날 수 있게 됐다.
 
메모리에 파운드리까지…1분기 점유율 격차만 ‘47.7%p’, “나노 기술 잡아야”
새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까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추세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해당 분기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60.1%, 1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4분기 42.7%포인트(p) 차이에서 47.7%p로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올해 1분기 TSMC는 점유율이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나노미터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해 TSMC의 고객사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양사는 2~3나노(㎚·10억분의 1m)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양사가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1나노 경쟁에서는 TSMC가 조금 더 앞선다. TSMC는 2026년 1나노 공장을 착공하고, 2027년 시범 생산, 2028년 양산을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까지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나노라고 해도 삼성전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 구조를 3나노부터 적용하기 시작해 다른 점은 있다”면서 “메모리도 그렇고 파운드리도 기술 경쟁이 점차 첨예해지고 있어 한국 역시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관계자들이 경기 화성시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