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무더위가 전 세계를 덮쳤다. 4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로 인해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난 며칠간 최고 45도에 육박한 더위로 인해 우타르 프라데시, 비하르 등 2개 주에서만 최소 9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 지역들은 60세 이상 노약자들에 대해 낮 시간 외출 경고 및 실내 거주 권고령을 내렸다.
또한 일사병을 비롯해 각종 온열 질환 환자들이 대거 병원으로 몰려든 탓에 지역당국은 의료 인력들의 휴가를 취소하고, 환자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 병상을 마련했다.
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타르 프라데시주 발리아의 한 시민은 "이는 발리아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더위로 사망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길과 시장은 거의 텅 비어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지난 4월에도 뭄바이에서 열린 한 정부 주최 행사에서 더위로 13명이 사망했고 이에 일부 주들은 1주일간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때 이른 무더위는 인도 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은 5월부터 더위가 닥치더니 이날 올 최고 무더위가 닥쳤다.
중국에서는 지난 주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주요 지역들의 기온이 모두 35도를 넘어섰다. 특히 16일 베이징 온도는 최고 39.4도를 기록해 6월 중순 기온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트남의 경우, 하노이가 이미 지난 달에 기온이 44.1도까지 오르며 2019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43.4도)를 4년 만에 다시 경신했다. 태국, 미얀마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4월에 기온이 43~44도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아시아 뿐만이 아니다. 북미 지역도 무더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남부 전역을 중심으로 폭염이 닥친 가운데 텍사스주 휴스턴은 기온이 46도까지 치솟았다. 멕시코 역시 4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기후 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분석에 따르면 이달 초 며칠 동안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 세계적인 무더위의 원인으로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찾아온 해수 온난화 현상인 엘니뇨가 꼽히고 있다. 2~7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 현상은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균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그 여파는 전 세계 전체적으로 확산한다.
통계에 따르면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평균 대기 온도가 예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꼽혔던 2016년 역시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한 이후 나타난 것이다.
무더위는 전력 수요 증가를 야기시켜 전력난으로 이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가 고갈돼 식수난을 발생시킨다.
특히 이번에는 엘니뇨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와 내년 모두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엘니뇨 현상이 이미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며, 이는 202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기상청의 아담 스카이프 장기 예보 책임자는 "내년 지구촌 온도가 새롭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은 일리가 있다"며 "이는 엘니뇨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에 엘니뇨가 크게 나타나면 2024년 지구촌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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