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제조회사 인텔과 유럽이 손잡고 반도체 전쟁에 참전한다. 인텔은 폴란드(46억달러) 공장 설립을 발표한 지 단 나흘 만에 독일 반도체 공장 확장에 300억유로(약 42조 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유럽 역시 인텔에 대한 보조금 지급액을 대폭 늘리는 등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매체 이노베이션오리진스 등 외신은 이번 인텔의 독일 투자는 인텔과 독일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보도했다.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심축이 되려는 유럽과 유럽 시장을 장악하려는 인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인텔은 이날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반도체 공장 확장에 3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인텔이 투자액을 기존 170억 유로(23조9000억원)에서 300억 유로로 늘리면서, 독일 정부도 보조금을 68억 유로(09조5000억원)에서 100억 유로(약 14조원)로 늘렸다. 독일 공장에서는 웨이퍼를 제조할 예정으로, 최첨단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 도입도 검토 중이다. 2024년 중에 착공해 2027~2028년 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 산업을 아시아에 잃었다"면서 "이를 되찾으려면 우리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인텔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지배력을 되찾고 AMD, 엔비디아, 삼성 등과 경쟁하기 위해 전 세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독일에 대한 투자는 공격적인 확장 의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텔이 유럽 시장으로 공급망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유럽 시장에서는 전기자동차(EV)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반도체 수요가 바닥을 치고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감돈다.
인텔은 지난 16일 폴란드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공장에 46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이날 독일에 투자를 결정했다. 또한 인텔은 지난 3월 “프랑스는 고성능 컴퓨팅(HPC) 및 인공지능(AI) 설계 부문에서 인텔의 유럽 본부가 될 것”이라며 프랑스에 반도체 연구 센터를 짓기로 발표했다.
이탈리아에는 최첨단 백엔드 제조 시설을 지어 2025~2027년 사이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고, 아일랜드에는 제조 시설을 확장하는 등 총 300억 유로를 투자했다. 연구소 설립 등 스페인 반도체 회사들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역시 글로벌 첨단 기업을 손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술 회사를 대거 유치해 공급망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독일은 반도체 생산에서 한국과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세계 기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독일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대만 TSMC 및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스웨덴 노스볼트와 생산기지를 유치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는 미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유럽 최초의 기가팩토리를 자국에 건설하도록 이미 설득한 바 있다.
지역 및 유럽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인텔의 독일 투자로 건설 일자리 7000개와 첨단 기술 일자리 3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가운데 EU의 비중을 기존 9%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